드래곤 라자 1 (10주년 기념 양장) - 태양을 향해 달리는 말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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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속 최고의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를 최근 양장본 전집으로 구매 후 보물을 다루듯 한 권씩 꺼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분명 완결까지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읽는 '드래곤 라자'는 새로웠다. 흐릿한 기억 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는가 하면 이런 내용이 있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기도 했다. 드래곤 라자는 1세대 판타지 소설로 한때 PC 통신상을 뜨겁게 달궜었다. 그 뒤로 판타지 장르의 인기에 힘입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던 무늬만 판타지 소설들. 잠깐 반짝이는가 싶더니 결국 시간은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었다. 흐르는 세월 속에 졸작들은 사람들에게 잊혔고 몇몇 인정받은 작품들만이 현재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영도 작가'님의 '드래곤 라자'가 아닐까 싶다. 방대한 세계관과 위트 넘치는 유머 그리고 철학적 요소들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상상력의 결정체'이다. 드래곤 라자는 인간과 드래곤, 엘프, 드워프 등 다양한 종족이 공존하는 세계이다.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존재들을 기본 구성으로 가져가는 것처럼 드래곤 라자도 그런 기본 구성을 갖고 출발한다. 서양의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인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때문에 혹자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신은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위 '판타지 장르'의 문학을 '하위 문학'이라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이는 내 주변 사람들만 봐도 그렇다. 내 평생 읽지 않을 책이구먼.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싫다. 등등의 말로 거부감을 드러내곤 한다. 물론 개인의 취향이니 굳이 내가 뭐라 할 것까진 없지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속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분히 현실적이라는 것을.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속의 기본 전제는 '인간의 본질', '인간의 진실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감정 등)이 '판타지 소설'에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종족들에게까지 그들 각자의 사고방식 및 감정 등으로 확대되어 있을 뿐이다. 즉 지금 우리의 현실에, 우리의 일상에 상상속 존재들, 상상속 대륙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그뿐이다. 그런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면 삶이 너무나 재미없지 않을까?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힘일 테니, 그런 힘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학 콘텐츠<전설, 신화 등등>가 탄생하는 것일 테고... <그렇게 본인이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평생 '뉴스'나 봐라! 흥칫뿡!!!>

 먼저 드래곤 라자를 읽기 전에 '드래곤 라자'란 무엇을 뜻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드래곤 슬레이어', '드래곤 나이트'라는 말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거대하고 신성한 때론 흉포하고 두려운 존재인 드래곤이 존재하는 세상에 '드래곤 라자'는 그런 드래곤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상징<드래곤 라자의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드래곤 라자가 됨>이랄 수 있다. 즉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상징 혹은 매개체인 '주술사', '무당', '목사', '신부' 등등으로 이해하면 쉬을 것이다. 다만 이런 매개체가 있어도 기도<원하는 것이 있어 부탁을 할 때 등등>를 할 때는 대부분 신을 향해 직접 하듯이 마찬가지로 '드래곤 라자'를 통하지 않고 '드래곤'에게 직접 부탁을 한다. 반대로 '드래곤 라자'가 없는 드래곤은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 존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설 '드래곤 라자'는 '드래곤 라자'가 없는 '드래곤 아무르타트 정벌 9차 원정대'의 출발로 시작한다.  

 헬턴트의 작은 영지​. 다른 영지의 영주들과는 달리 이곳 영주는 검소하고 영지민들에게도 평판이 좋다. 작은 영지라 마을 주민들끼리도 사이가 좋다. 다만 언제부턴가 '드래곤 아무르타트'가 그 너머 산자락에 둥지를 틀면서 헬턴트 영지는 아무르타트의 앞마당이 되었고 이후 산에서 쫓겨난 수많은 몬스터들은 마을을 자주 습격하게 된다. 아무르타트 정벌을 위해 여덟 차례의 원정대까지 출정했으나 많은 희생자를 낳았을 뿐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헬턴트 영지의 마을 사람들은 늘 죽음과 두려움을 마주한 채 살아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주인공 후치'는 아버지와 함께 영주의 성에 초를 납품하는 '초장이'이다. 어느 날 헬턴트 영지에 한 무리의 병사들과 '드래곤 자라'를 동반한 거대한 화이트 드래곤 '캇셀프라임'을 보게 된다. 바로 '9차 아무르타트 정벌'을 위해 수도에서 파병한 것이다. 거대한 드래곤을 마주한 마을 사람들은 흥분하게 되고 기존 정벌과 다르게 <드래곤 VS 드래곤>의 싸움은 '이번 9차 원정대'에 분명 승리를 안겨 줄 거라 생각하며 그들의 출정을 배웅하며 환호한다. 이 정벌군에 주인공 후치의 아버지와 후치와 친한 수비대장 샌슨도 합류하게 되는데 결과는, 안타깝게도 실패로 돌아간다. 이 비극적인 소식은 겨우 살아서 도망친 병사에 의해 마을에 전해지고, 수비대장 샌슨도 겨우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르타트'는 '캇셀프라임'을 죽이고 원정대에 참전한 대부분의 병사들을(후치 아버지 포함) 인질로 잡아 어마어마한 금액의 배상금을 요구한다. 이와 같은 소식에 가난한 영지인 헬턴트는 배상금 지원 요청과 패전 소식을 전하기위해 수도로 사절단을 보내게 된다. 사절단으로 주인공 후치, 수비대장 샌슨, 영주의 이복동생 칼 헬턴트가 합류해 마을을 떠나게 된다. 17세의 후치는 사절단의 한 사람이 되어 비로소 작은 영지인 마을을 벗어나 '거대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휴다인 고개, 휴다인 계곡의 12인의 다리, 레너스 시의 12인의 여관과 실리키안 남작의 저택 등을 거치면서 '엘프 이루릴 세레니얼', '드워프 엑셀핸드 아인델프' 등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한다. 모험의 시작이 되는 1권 <태양을 향해 달리는 말>. 앞으로 후치 일행의 앞날에 어떤 모험과 여정이 펼쳐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권을 펼쳐봐야겠다.

 

 

 

 

 
 

"이런 옛이야기가 있지. 엘프가 숲을 걸으면 그는 나무가 된다.
인간이 숲을 걸으면 오솔길이 생긴다. 엘프가 별을 바라보면 그는 별빛이 된다. 인간이 별을 바라보면 별자리가 만들어진다. 엘프의 변화를 잘 나타내는 말이지." -239페이지​-

​우리는 많이 당하고, 빨리 잊는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농담을 좋아한다.
우리는 쾌활하다. 하지만 별로 즐겁지는 않다. - 101페이지-

주위에 많은 마을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고 있긴 했지만, 난 정말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난 환송이라는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보낸다는 의미가 있는 어떤 짓도 하고 싶지 않았다. -109페이지-

"그럼, 귓가에 햇살을 받으며 석양까지 행복한 여행을."
"웃으며 떠나갔던 것처럼 미소를 띠고 돌아와 마침내 평안하기를."
<엘프 이루릴의 고풍스러운 인사말 중>​ -238페이지-

"자네들의 여정에 카리스 누멘의 가호가 있기를."
"그 모루와 망치의 불꽃의 정수가 그대에게."
<드워프 엑셀핸드의 인사말 중> - 270페이지-

"여행은 항상 새 지식의 습득이라는 유쾌한 선물을 준다네."
- 295페이지-

"사람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눈으로 보이는 형벌을 받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법일세. 왜냐하면 죄에 대한 형벌은 이미 그 사람 속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일세. 형벌이라는 것은 다른 곳에 있지 않네. 그리고 지혜로운 심판관이라면 죄인의 죄에 대한 가장 적절한 형벌은 이미 그 죄인의 내부에 있음을 알고 있지." -39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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