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저주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좌 : 한국어판 표지 / 우 : 일본어판 표지>

 +

 미쓰다 신조라는 작가를 알게 된 작품은 최근 작품 <흉가>를 통해서다. 주변에서 많이들 읽기에 흥미가 생겼고 재미있다는 평도 있어 <흉가>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흉가>외에 미쓰다 신조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작가의 '공통된 이미지'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호러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융합'이라는 것이다. 평소에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호러'라는 장르까지 결합된 미스터리는 어떤 느낌의 작품일까? 그의 작품세계가 몹시 궁금해졌다. 해서 최근작 <흉가>를 읽기 전에 '사상학 탐정 시리즈'를 먼저 읽어 보기로 했다. 미쓰다 신조의 기존 작품들에 비해 재미가 덜 하는 평이 있어 재미있는 작품들을 먼저 읽었다가는 이 시리즈는 손도 안 댈 것 같아 먼저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사상학 탐정'이라는 제목이 참 낯선데 한국어 판 표지에서는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반면 일본어판 표지의 경우 한자로 표기되어 있어 대략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사상(死相) : 말 그대로 죽음의 형태, 죽음의 어떤 모습을 말한다. 주인공 쓰루야 슌이치로는 타인의 모습에서 바로 이러한 '사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유치원 시절 간사이에 있는 외가에 갔을 때 슌이치로는 처음으로 죽음의 형태와 맞닥뜨린다. 외가의 안라 마을, 유독 골목이 많은 오래된 사찰 마을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좁은 돌계단을 더듬어 나가는 슌이치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심 이 뒤섞인 산책길에서 슌이치로는 문득 이상한 냄새를 맡고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그리고 마주치게 된 기이한 형태의 양복 입은 낯선 남자. 어린 슌이치로였지만 그 존재가 인간이 아님을 간파하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다시 찾은 그 장소에서 남들에겐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만 보이는 이 능력이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란 걸 알게 된다. 할머니 슌사쿠 아이는 유명한 영매이고 할어버지 쓰루야 슌사쿠는 괴기소설 작가이다. 자신의 어머니에게는 없는 능력을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이른바 격세유전이라 할 수 있다. 며칠 후 슌이치로는 위험에 처한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나 되려 주변 사람들로부터 '괴물취급'을 받게 된다. 그 사건은 그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것이고 성장해서도 큰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결국 일상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게 된 슌이치로는 부모님 곁을 떠나 외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자라게 된다. 영매인 할머니는 슌이치로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슌이치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그 후 20살이 되던 해 슌이치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도쿄에 자신의 이름을 건 '탐정 사무소'를 열어 독립하게 된다. 그의 사무소에 찾아온 첫 번째 의뢰인은 '나이토 사야카'로 사신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 말하지만 슌이치로의 눈엔 그 어떤 '死相'도 보이지 않아 그녀를 돌려보낸다. 그리나 며칠 후 다시 찾아온 그녀에겐 피부 여기저기를 파고들어 꿈틀거리는 거무튀튀한 지렁이 형태의 '死相'이 보이는데...... 

 그렇게 자신의 첫 번째 의뢰인인 '사야카'를 통해 슌이치로는 탐정으로서 사건 현장인 이리야 가에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잇따른 괴현상과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리야 가문에 얽힌 비밀, 숫자 13과 연관 있는 괴현상의 의미와 해석,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과 진범 등. 그 이면에는 인간의 탐욕과 주술, 저주가 있었다. 마지막 진범이 밝혀졌을 땐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라 놀랐었고 범행동기에 조금은 동정심이 일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간에 살해 여부에 대해 고민했던 흔적과 마지막엔 그 살인을 멈추고자 나름 노력했던 모습에 더 그런 마음이 생겼던 것도 같다. ​

 '사상학 탐정'은 그동안 읽어왔던 책 속의 주인공들이 보여줬던 모습들과는 달리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부분이 다소 미숙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때문에 명탐정의 대활약을 기대하고 이 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오히려 이 부분이 '사상학 탐정'이 가진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할머니를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는 해도 탐정이기 전에 슌이치로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두려움을 ​느끼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 한 예로 슌이치로는 '死相'을 스위치를 ON/OFF 하듯 켰다 끌 수 있다. 즉 <보이게 한다/안 보이게 한다>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슌이치로는 여전히 자신의 눈앞에 닥쳐 올 존재에 대해 무의식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을 기피하고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한다면 고개를 떨군다. 오랜 시간 이렇게 성장해온 그가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제대로 된 대화를 했을 리 만무하다. 그것은 탐정으로써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자격들로 보자면 분명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사야카'와 함께 사건 현장이랄 수 있는 '이리야 가'에 방문하여 그곳의 가족들과 대면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대화' 혹은 '진술'을 끌어내지 못해 사건 해결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까?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무뚝뚝한 말투의 슌이치로가 오랫동안 짊어져야 했을 그 힘의 무게가 버거워 보여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그 자신이 '부족한 자질'에 대해 충분히 자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2권에서는 지금보다 탐정으로서 조금 더 성장한 슌이치로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ps>

: 13의 저주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일련의 괴현상을 해결하고 설명하는 부분을 읽을 땐 살짝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 다양한 사건들을 숫자와 연결시키기위해 작가가 ​얼마나(?) 고민했을까.... 생각하며 나름 썩소를 좀 지었던 것도 사실이다. ^3^;

 

탐정 사무소를 꾸려 나가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 - 타인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 이 자신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니. 지금까지 의뢰인과의 대화를 포함해 타인을 대하는 문제는 할머니가 전부 대신해 줬다.

자신은 그저 보이는 것을 말하고, 할머니에게서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면 끝이었다. 한마디로 안락의자 탐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무소를 세워 독립한 지금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사상이 보이는 것만으로는 의뢰인의 목숨을 구할 수 없다.

즉 이대로는 탐정으로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사시라는 지극히 특수한 힘을 지녔으면서 타인과 제대로 대화할 수는 없다니, ​이렇게 기막힌 일도 없다. 슌이치로는 이것이 앞으로도 자신에게 크나큰 과제가 되리라 생각하면서도 곧바로 고민을 그만뒀다.

어쨌든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 171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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