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 탐정 그림의 수기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얼마 전에 읽은 <앨리스 죽이기>역시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고전소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각색한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고 난 직후라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물리트릭의 귀재라 불리는 '기타야마 다케쿠니'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재탄생시킨 이 작품 '탐정 그림의 수기 인어공주' 또한 기대하며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겉표지에 적힌 '살해된 왕자, 용의자는 인어공주!'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장도 한몫을 했다. <앨리스 죽이기>역시 주인공 앨리스가 작품 속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사건을 추리 해결해 나가는 방식인데, 인어공주의 주인공인 인어공주 또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그 후의 사건들을 추리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 두 작품이 묘하게 닮기도 닮았거니와 기존 원작의 주인공들이 새롭게 각색된 작품들에서는 죄다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다소 당황스러운 이 상황이 독자들로 하여금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결국 책을 읽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기타야마의 '인어공주'는 기존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의 스토리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인어공주의 슬픈 사랑 이야기. 동화는 그렇게 끝을 맺지만 간혹 그 뒷이야기 즉, 후일담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것이 해피엔딩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면 더더욱. 왜냐하면 해피엔딩의 경우 정말?이라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바로 이 '뒷이야기'에 ​착안해 트릭과 추리, 살인을 접목해 자신만의 '인어공주'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1816년 덴마크 오덴세. 마녀의 단도로 왕자의 심장을 찔러 자신을 구할 수 있지만 인어공주는 스스로 물거품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틀 뒤 왕자는 살해된 채 발견된다. 여러 가지 정황 상 왕자를 살해한 용의자로 인어공주가 지목되고 그 사건은 인간 세상과 바닷속 인어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사건 해결을 위해 실존 인물들을 작품 속에 등장시키는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아버지를 일찍 여읜 어린 소년으로, 루트비히 에밀 그림은 어딘지 수상쩍지만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탐정역으로 탈바꿈시킨다. 작가의 이런 재치 있는 시도는 나로 하여금 작품을 더 몰입하여 읽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자신의 막냇동생인 인어공주의 살인누명을 벗기기 위해 마녀에게 심장을 저당 잡히면서까지 인간이 되어 뭍으로 올라온 넷째 셀레나까지 등장하여 결국 이 세 사람은 사건 해결을 위해 뭉치고 진범 찾기에 돌입한다. 붕케플로드 목사 부인의 도움을 얻어 궁으로 들어간 세 사람. 루트비히는 모든 상황들을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사건 해결에 다가가려 하고, 한스와 셀레나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나 별다른 소득은 얻지 못한다.

2층 방 안, 마녀의 칼이 등에 꽂힌 채 살해된 왕자 그러나 외부의 침입 흔적은 없고, 목격자도 없다. 궁 안 사람들의 알리바이도 명백한 상황. 사건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수상쩍은 행동과 예전 인어공주를 닮았다는 이유로 셀레나가 왕자 살해범으로 몰려 궁에 갇히게 된다. 한스는 셀레나 자매들의 도움으로 그녀를 구출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미 모든 사건을 해결하고 온 '루트비히'에 의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게 되면서 그에 의해 진범이 누구인지, 왕자 살해 동기와 살해 방법 등이 밝혀지게 된다. 살해 방법의 경우 물리트릭의 귀재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 속 자세한 그림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루트비히'에 의해 사건은 해결되었지만 이 사건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의 줄기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1793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대략적인 내막은 이렇다. 역사적 실존인물인 나폴레옹을 사랑한, 한때는 그녀 역시 아름다운 인어공주였을 마녀의 외롭고도 헌신적인 지독한 사랑이 이 사건의 중심이었다. 그녀가 벌여놓은 판에 자신은 꼭두각시였음을 깨달은 인어공주는 왕자를 죽이지 않고 단도를 바다에 버리고 자신도 바다로 뛰어드는데 그 와중에 예기치 못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어공주 역시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자신이 인어공주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왕자는 그녀를 찾아 떠나고 그런 왕자를 용서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인물에 의해 왕자는 살해당했던 것이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랑이란 형태로 빚어진 일련의 사건들. 사랑에도 다양한 모습과 종류가 있겠지만 그 사랑이 마음속 욕망과 뒤섞일 경우 사랑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독이 될 수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몸이 타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뜨거운 불꽃에 날아드는 불나비처럼 무모하게 뛰어들 수 있는 것이 사랑이 가진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루트비히'의 마녀의 존재에 대한 추리는 작가의 마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진행됐는데 어떤 이들은 이 부분을 꽤 불편해했지만 나의 경우는 나름 가벼운 충격과 신선한 관점으로 보게 되어 괜찮았다.

 


* 외롭고 지루한 현실 바로 옆에 꿈을 꾸는 듯한 동화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한스가 지금까지 살아 온 원동력이었다.언젠가 그 세계를 두 눈으로 보는 것이 꿈이었다. 말하자면 셀레나는 한스가 사랑해 마지않는 세계에 사는 존재였다. - 73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