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작가를 위한 실전 소설 쓰기
한만수 지음 / 여성신문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고, 그 책을 읽고 느낌점들에 대해 서평 쓰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 나만의 책을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소하지만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써보고 싶었다. 머릿속으론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뱅뱅 돌지만 막상 컴퓨터 앞에 앉아 쓰려니 쉽지가 않다. 그렇게 미뤄두고 미뤄둔 시간들 또한 참 많이 흘렀다. 그러다가 만난 한만수님의 '예비 작가를 위한 실전 소설 쓰기'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붉은 색의 강렬한 표지가 인상적인 책인데 어쩐지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랄까? 저자 한만수는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1백여 권의 책을 출간한 경이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그 세월동안 쌓인 내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의 내공과 노하우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아놓았는데 내용이 결코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이 책은 소설을 쓰고 싶은 '생초짜'들이나 '이론적으로는 완벽한데, 실전은 빈약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나는 소설 쓰기와 관련된 책을 접한 것이 이 책이 처음인데 반해 기존에 다른 소설 작법서들을 읽은 사람들은 분명 많을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책과 이 책이 정확히 어떻게 다른지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다만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존의 소설 작법서들은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한 반면 '예비 작가를 위한 실전 소설 쓰기'는 제목 그대로 '직접 소설을 써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빵을 만들기위해 이런 저런 이론들과 계량방법, 수치환산 등등 '이론적이고 형식적인'부분부터 배운다면 시작도 하기전에 머리부터 아플 것이다. 그러나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반죽부터 시작해서 엉성하더라도 만들어보면 아~ 이런게 빵을 만드는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올 것이다. (그렇다고 '이론'적인 부분을 간과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소설도 일단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써보고 엉성하더라도 완결을 지어보면 아~ 소설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소재를 정해서 독자와 함께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책을 다 읽고 났을 땐 하나의 완성된 '단편 소설' 을 볼 수 있다.
 
일반 소설 작법과 달리 실전 소설 쓰기는 발상(줄거리) -> 아우트라인 -> 삽화(에피소드), 소도구, 복선 깔기, 퇴고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즉 일반 소설 작법의 경우 발상 -> 구상 -> 아우트라인을 거쳐 집필을 하고 퇴고를 거치게 되는데 실전 소설 쓰기는 아우트라인을 만들어 곧장 집필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일단 써보기'에 큰 비중과 초점을 두고 있는 책이다. 1부에서는 소설 쓰기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2부부터가 작가와 함께 '본격적인 소설 쓰기'에 나서는 장이다. 우선 소설을 쓰기위해서는 '모티브'를 정해 줄거리를 잡는 것이 중요한데 초보자의 경우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쓰는 것이 쉽고 좋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단수(斷水)'라는 한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봤음직한 상황을 '소재'로 정해 글을 써나간다. 그리고 그 경험담에 상상력을 더한다. 소설이란 '현실에 있을 법한 허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쓰는 것보다는 그 경험에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 전개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책의 목차대로 '단수'라는 이야기에 점점 살을 붙혀 나간다. 소도구와 복선 깔기, 삽화(에피소드)를 연결해 스토리 만들기, 소설의 시점을 통일하기, 각 캐릭터들의 신상 명세 만들어보기, 묘사하기 등등 처음엔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했던 몇 줄 안 되는 경험담 '단수'는 점점 하나의 완성된 틀을 갖춘 소설의 형태를 띄기 시작한다. 또한 이야기를 쓰다가 막히면 다시 처음부터 쓰지말고 막히면 막히는 대로 일단 놔두고 다음 장면부터 쓰기를 권한다. 그렇게 써나가다 보면 막혔던 부분이 풀어져 다시 잘 쓸 수 있게 된다. 소설의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스토리'인데 '플롯'이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플롯'이란 인과관계이다. 즉 원인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이다. '단수'라는 단편 소설을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읽어 나가다보면 인과관계를 보충할 부분들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그 과정들을 직접 삭제, 삽입을 통해 변경 전과 변경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점도 기존의 '단수'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면 1인칭 관찰자 시점, 작가 관찰자 시점, 전지적 작가시점 등으로 바꿔서 시점이 바뀌었을 때 소설의 내용과 형식,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단수'라는 단편 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마지막 3장은 소설에 영혼 불어넣기 장인데 구성, 소설의 첫머리, 소설의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해주는 장이다. 사람도 첫인상이 중요하듯 소설도 첫 도입부분이 중요하다. 그것은 소설의 제목도 마찬가지이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기위해 어떤 제목, 어떤 도입부로 나의 소설을 표현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단수'라는 경험을 토대로 줄거리를 만들고, 전체적인 아우트라인을 통해 집필을 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결한 후 소설속의 소도구 및 복선을 깔아 좀더 맛깔나게 소설을 다듬고 마지막으로 삽입과 삭제를 통해 퇴고까지 하는 모든 과정을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와 함께 한다. 그리고 완성된 단편소설 『단수』정말 '예비 작가를 위한 실전 소설 쓰기'는 '단수'를 통해 한편의 소설이 탄생되는 모든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참으로 친절한 책이다. 그저 그런 어쩌면 평험한 나의 경험담이 이런 과정을 통해 제법 멋스러운 하나의 단편소설로 탄생되는 순간인 것이다. 이 책대로만 따라한다면 최소한 '생초짜'라는 딱지는 뗄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내 머릿속에서만 뱅뱅 돌았던 '내가 쓰고 싶었던 나만의 경험담'을 이 책의 가르침대로 차근차근 따라해보며 써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부록도 꽤 도움이 되는 장이다. 필사하기에 좋은 한국 소설 대표작들이 가나다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고 기존의 소설 작법서들도 여러 권 소개되어 있다. 내가 읽어본 소설들도 있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소설들도 있는데 한 권씩 읽어보며 필사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말고도 기존의 다른 소설 작법서들도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이론적인 지식이 전무하니 더더욱 도움이 되는 장일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실전 소설 쓰기'도 배우고, 대한민국 대표 소설, 다양한 소설 작법서들도 소개 받고 일거양득, 일석이조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제 남은 건 행동으로 옮겨 직접 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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