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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드라큘라, 혹은 뱀파이어, 흡혈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며 우리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소재 또한 없을 것이다. 이 소재를 바탕으로 참으로
많은 영화, 애니, 소설들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처음 이 '존재'를 탄생시킨 이는 누구이며, 그 원전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결국 찾게 되었다. 바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책이다. 1847년~1912년까지 살았던 '브램 스토커'는 당시 유명
배우였던 '헨리 어빙'의 매니저로 살아 생전엔 그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고, 사후에는 그가 쓴 '드라큘라'라는 매혹적인 캐릭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어쩌면 작가로서는 이름을 빛내지 못한 비운의 작가였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작품활동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명성과는 상관없이 꽤
즐거웠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적 몸이 병약해 주로 어머니가 들려주는 신화, 민담, 전설 등등을 듣고 자랐는데 그의 이런 작품배경에는
어렸을 적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한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들의 모습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을 어머니의 인자한 모습, 호기심 가득, 빛나는 눈망울로 어머니의 이야기에 귀기울였을 '브램 스토커'의 모습이 머릿속으로 상상되어 잠깐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그런데
계속 읽어나가다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보이고, 그
장면 장면들이 하나의 영상이 되어 머리속에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게리 올드만' 주연의 1992년 작품 '드라큐라'라는
영화였다. 보아하니 이 영화 또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책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였던 것이다. 즉, 기타 다른 변형된 흡혈물과는
다른, 원작에 충실한 영화였던 것이다. 그 당시 그 영화의 독특한 배경과 플롯의 전개 등등 참 인상깊게 보았었는데, 이렇게 운명처럼 책을 통해
또 만나게 되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물론 영화와 완전히 똑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책의 첫
장면도 키아누 리브스 역의 '조나단 하커'가 변호사 서기로 (대리인으로) 여러가지 부동산관련 문제로 '드라큘라' 백작의 성을 방문하면서 겪게되는
이야기들로 시작된다. 물론 책의 모든 내용 및 형식은 어떤 특별한 시점이 있다기 보다는 각각의 주인공들이 일기형식으로 글을 써내려가면서 진행되는
방식이다. 굳이 시점을 따지자면 '1인칭 관찰자 시점' 정도라고 해야할 것 같다. 때문에 처음에는 책을 읽는데 조금은 낯선 느낌도 없잖아
있었는데, 계속 읽어나가다보니 오히려 그 일기를 쓰고 있는 당자의 심정이 더 절절하게 다가와 마치 내가 그 일기를 쓰고 있는 주인공같은 느낌이
들어 더 몰입해서 흡입력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라큘라 성'이 있는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지역에 대한 묘사라든가,
이야기 대부분의 배경이 되는 영국 요크셔 지방의 '휘트비' 등등 각 지방에 대한 '브램 스토커'의 묘사력은 실로 탁월했다. 가끔은 책의 한페이지
이상이 배경묘사로 나오기도 하는데 약간 지루할 수도 있지만 머릿속으로 그 지방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라는
생각도 들게 만들었다. 그래도 내가 전혀 가본 곳이 아니라 책을 읽기를 잠시 멈추고 인터넷을 통해 각 지방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특히 영국의
'휘트비'라는 곳은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 언젠가 한번 꼭 가보고 싶어졌다. (이 지역은 작가가 휴가를 보낸 지역이기도 하다.)
'드라큘라' (上 권)은 '조너선 하커'의 드라큘라 성
방문을 시작으로(조너선은 이곳에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드라큘라'백작이 영국에 오게된다. 그리고 '조너선 하커'의 약혼녀인 '미나'
그녀의 아름다운 친구 '루시'를 흡혈하게 되는데, '루시'는 점점 쇠약해져간다. 그녀를 치료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녀를 사랑하는
두명의 남자들 (아서, 수어드 박사), 그리고 수어드 박사의 스승인 반 헬싱 박사까지 합류하게 된다. 그녀를 관찰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반 헬싱
박사는 그것이 흡혈귀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결국 '루시'는 죽게 되고 흡혈귀가 된다. 여기까지의 과정들이 '상 권'의 내용이다.
내가 여기서 주목한 것은 '반 헬싱'이라는 박사의 이름이다. 이 이름도 참 낯이 익는데 바로 2004년 개봉한 '반 헬싱'이라는
영화이다. '신의 사제'인 '반 헬싱'이 '드라큘라 백작'과 그와 관련된 악의 무리들을 처단하는 내용이다. 아마도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책에 등장하는 '반 헬싱' 박사의 이름을 따와서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소설속의 '반 헬싱' 박사도
'루시'가 당한 그 일이 '흡혈귀'의 짓임을 알게 되고 그를 처단하기 위해 온갖 의료방법들을 (마늘꽃 등등) 동원하니 말이다. 여러모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작품은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주긴 한 것 같다.
'드라큘라' (下 권)은 '조너선 하커'의 연인인
'미나'가 드라큘라 백작에게 당하게 되는데... '미나'를 위해 반 헬싱 박사와 조너선 하커를 비롯한 일행들은 '드라큘라 백작'을 추적하기 위해
그의 성까지 찾아가 결국 '드라큘라 백작'과 '세명의 여자 흡혈귀'들을 처단하고 '미나'도 안식을 찾으며 마무리 되는 내용이다. 다만 '드라큘라
백작'을 추적하기 위한 여정과 그 과정들은 정말 세밀하고 디테일한데 반해 '드라큘라 성'에서 맞닥뜨린 '드라큘라 백작' 및 '세명의 여자
흡혈귀'들과의 결투 장면은 조금 허무했달까? 보통의 영화에서는 많이 변형이 된 부분도 있긴하지만 어지간해선 이런 존재들이 쉽게 죽지 않는데,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십자가, 마늘, 성체 빵 등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무력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기독교적인
성스러움을 바탕으로 악의 존재를 궤멸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방법들은 '이런 악의 존재'들을 물리치는데
'바이블'격 노릇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근본적인 방법들은 조금은 식상한 방법으로 치부되기도 해서인지 근래에
등장하는 '흡혈귀'들을 소재로 하는 영화나 기타 다른 작품들은 조금씩 변질되기도 했다. 한 낮에도 당당히 돌아다니는가 하면, 마늘과 십자가
따위는 코웃음을 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굴기도 하니 말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그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각색되기도, 변형되기도 한다.
그것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처음에는 어떤 '바이블'격이랄 수 있는 하나의 토대가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간단한 예로 디즈니의 여러 애니메이션들이 원래의 원작을 바탕으로 새롭게 변형시키고 그들만의 독창성을 가미해서 전혀 다른 스토리로 애니를
탄생시키고는 하는데, 결국 그 새로움의 바탕에는 이런 원작들의 토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흡혈귀'라는 소재의 '원전'격이랄 수 있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참으로 뜻 깊은 고전이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