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하늘 1
윤인완 지음, 김선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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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네이버 토요웹툰에서 연재중인 윤인완 작가님의 '심연의 하늘' 시즌1이 마감되며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웹툰은 보지 못했지만, 윤인완 작가님을 알게 된 건 2000년대 초 양경일 만화가님과 함께 작업한 '아일랜드'를 통해서이다. 당시 '아일랜드'가 주었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지 못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작가님의 스토리에 빠질 수 있게 되어 더없이 즐거웠다. 이번에 삽화를 담당한 분은 '김선희' 만화가님으로 어둡고 생생한 그림체가 세기말적 스토리에 큰 힘을 실어 주었던 것 같다. 늘 새로운 분들과 작업을 하시다보니 작풍의 스타일은 매번 달라지지만 윤인완 작가님의 미스터리하면서도 흡입력있는 스토리는 여전히 힘이 있다.

 

심연의 하늘은 실제로도 일어나고 있는 '싱크홀'이라는 재난을 통해 인간의 절망과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남주인공은 학원에서 잠들었다 깨어보니 온통 암흑뿐인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 공포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을 파악하기위해 남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칠흙같은 어둠속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그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빛은 핸드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뿐이다. 함께 했던 학우들의 시체, 무너지고 갈라진 건물들,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건물들, 땅을 바라봐도 하늘을 바라봐도 온통 암흑뿐인 세상. 생존자는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속에서 고3 여학생 '신혜율'을 만나게 된다. 그녀를 통해 이 상황을 알고자 하지만 스스로 알아내라며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재난이 일어난지 벌써 2개월째. 그 시간동안 인간성을 상실한 채 악귀가 되어 이 암흑속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했을 것이다. 남주인공은 '신혜율'을 통해 재난이 발생한 지 2개월이 되었다는 얘기를 가까스로 듣게 되는데, 그 이야기에 그는 충격에 빠진다. 학원에서 잠깐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다면 2개월동안 자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며, 2개월 동안 꺼지지 않았던 핸드폰은 또 어떻게 설명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온통 의문투성이인 이 암흑속에서 신혜율과 남주인공은 죽음보다 더한 절망과 싸워가며 하루하루 버티어간다. 어둠속을 활보하는 '귀신'이라 불리는 식인이 되어버린 인간들을 피해, 빛이 사라지면 어디선가 나타나 피를 빠는 벌레들을 피해, 주인을 잃고 굶주림에 지쳐 이제는 인간의 시체를 먹으며 인간을 공격하는 유기견들을 피해, 그리고 잠깐씩 정신을 잃을 때마다 지금의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꿈꾸며 안도하거나 괴로워하는 꿈과 현실의 경계속에서 두 주인공은 끝도 없는 심연의 하늘아래를 걷고 또 걷는다. 한 줄기 희망의 빛속으로 나아가기위해... 그리고 구조대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마지막 말은 두 주인공을 더 절망하게 만들며, 마지막 자신의 이름이 '강하늘'임을 떠올리며 '심연의 하늘 1편'은 많은 궁금증들을 안은 채 끝을 맺는다. 다음 편에 어떻게 스토리가 전개될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예전에는 이런 재난관련 만화, 책, 영화들을 보면 그저 현실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어떤 '허구속 세상 이야기'로만 인식했었다. 그러나 지금, 인간의 이기심으로 말미암아 발생되는 수많은 재난들은 더이상 허구속이 아닌, 실제 현실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 사실이 이제는 이런 스토리의 매체들을 단순히 스릴있게, 즐겁게, 재미있게 볼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되어버렸다. 재난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인간성을 상실해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극한의 상황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인간의 참된 진면목을 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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