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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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가 낳은 움베르토 에코>라는 찬사를 받으며 체코 문학에 고딕 느와르 장르를 부활시킨 밀로시 우르반

그의 장편소설 '일곱 성당 이야기'는 현재와 중세를 오가며 체코 프라하의 대표적인 여섯 성당과 마지막 일곱번째 성당의
비밀을 파헤치는 흥미진진하지만,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의 주인공 'K'는 그다지 화목하지 못했던 가정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이름 '크베토슬라프 슈바흐'(슬라브 민족의 꽃, 약하다)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어 이니셜 'K'로 불리우길 원한다. 학창시절에는 자신을 인정해준 역사 선생님이 마흔 살이나 차이나는 어린 여성을 만나 떠나버리고, 대학시절 역시 그를 알아준 신부가 강도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면서 그는 이 세계에 존재하는 자신의 삶에 절망하게 된다.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즐거움은 20세기의 문명을 벗어나 프라하 시가지에 있는 성당 주변, 즉 중세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에겐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과거의 건축물에 손을 대면 역사적인 환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에 이끌려 성당 종탑으로 달려가게 된다. 그곳엔 한 남자가 다리를 밧줄에 관통당한 채 거꾸로 매달려 종을 치고 있었다. 이 엽기적인 사건에 'K'는 경찰에 연락을 하게 되는데, 그 역시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엔 경찰관이였다. 남편이 공산당원이였던 미망인의 신변을 보호하는 일을 맞았는데 그녀가 의문의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자 그 책임을 물어 결국 경찰관의 옷을 벗게 되었다.  

 

 'K'는 귀에서 끊임없이 진물이 흘러나오는 경찰서장 '올레야르주'로부터 두 명의 남자를 소개 받는데, 한 명은 덩치 큰 '그뮌드', 작은 키의 '프룬슬릭'이다. 이들은 프라하 시가지의 성당 재건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K'의 임무는 그들과 동행하면서 각 성당을 안내하는 역할이다. 물론 경찰신분이 완전하게 복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특수임무이다. 더불어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여경찰인 '로제타'도 이 임무에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들과 동행하면서 'K'는 '그뮌드'가 20세기 건축의 교만함과 무질서에 분노하는 반면, 중세 '고딕'건축양식에는 대단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성향은 자신과 너무도 비슷하여 'K'는 '그뮌드'에게 호의를 갖지만 때론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 후로 또 다른 엽기적인 살인사건들이 발생하면서 'K'는 처음에 발생했던 '미망인의 죽음'을 필두로 일련의 살인사건들이 하나의 지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의 배후에는 '그'가 있었음을 알게 되는데....

 

 이 소설은 '스릴러'라는 장르의 형식을 빌린 어찌보면'체코 현대사의 질곡'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체코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옮긴이의 말'편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어느 나라나 그 시대가 원하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때문에 혁명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도 한다. 이 소설속의 주인공 'K' 또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꿈꾼다. 프라하가 가장 프라하 다운, 20세기 문명으로 파괴되어 버린 중세시대의 문명을 그리워하고 그 시대로의 회귀를 꿈꾼다. 그와 같은 꿈을 갖고 있었던, 그렇지만 다분히 극단적인 '그뮌드' 역시 과거의 영광, 과거의 찬란했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오직 '고딕양식'뿐이다. 그 이후에 발현된 '바로크','로코코', 심지어 20세기의 문명들은 그에겐 단지 조롱거리일 뿐이다. '그뮌드'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이 된 부분이 있지만, 이는 분명 작가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체코의 프라하가 어떠한 모습으로 남겨져야 후대에 좀더 가치가 있는 일일지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대화의 문명으로 좀더 기능적인 것, 좀더 실용적인 것들이 득세하는 이 시대는 결코 낭만적이라 볼 수 없다. 찬란했던 문명을 저 무례한 불도저로 밀어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인류의 문화유산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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