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유럽 TOP10 -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두 번째 이야기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2
정여울 지음 / 홍익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저 멀리 떠나는 여행의 경이로움은 출발하기도 전에 열광이 시작된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지도책을 펼쳐놓고 가고 싶은 나라며 고장의 지도를 바라보며 몽상에 잠긴다. 또 낯선 도시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어 본다.

 

- 조제프 케셀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은 이루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은 곳이였고,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의 모습과도 같은 곳이였다. 광야생활 40년, 젖과 꿀이 흐르는 하나님의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그저 눈앞에서 바라만 보고 생을 마감한 모세의 심정처럼 유럽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닿고 싶어도 닿을 수 없는 안타까운 곳이였다.

 

 20대 초반 겪었던 IMF로 온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우리 가족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만으로도 지쳐 있었다. 나는 다니던 대학을 2년이나 휴학을 하며 학비를 벌어야 했고, 국내여행은 물론이고 해외여행은 나에게는,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사치에 불과했다. 그렇게 2년의 휴학을 하고 대학을 근 6년만에 졸업했을 때, 내 나이는 이미 20대 중반을 넘어서 있었다. 자격지심일지 모르겠지만 저자와 나의 나이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나의 20대 시절과 저자의 20대 시절이 극명하게 비교가 되어 부럽기도 했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졸업후 바로 직장생활을 통해 돈을 벌어야 했고 여전히 힘든 집안의 형편을 맏이로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야 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30대가 되었고 그 시절도 나에겐 그리 순탄친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어느덧 30대의 중반을 걷고 있는 나는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이번 5월에 그토록 오매불망 그리워하고 떠나고 싶어했던 유럽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이태리'라는 한 나라만을 다녀오긴 했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던 그 벅찬 감동과 설렘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다녀온 이태리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 시뇨리아 광장, 폼페이의 유적들, 로마 떼르미니역 근처의 젤라또 전문점인 '파시'이야기 등등이 나올 때는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또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덕분에 아직 떠나보지 못한 유럽의 곳곳을 이 책을 통해  읽는 순간만큼은 내 마음이 이미 유럽의 어느 골목을, 어느 광장을 걷고 있었다.

 

 비록 초반에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었던 나의 힘들었던 청춘시절과 그래도 마음껏 떠날 수 있었던 정여울 작가님의 청춘이 너무 비교가 되어 살짝 질투도 났고 자격지심도 생겼지만 그런 '미운 마음 씀씀이'들은 정여울 작가님의 가슴을 울리는 글들을 한줄 한줄 읽어 나갈 때마다, 한장 한장 넘겨 갈 때마다 조금씩 사그라 들었다. 나는 보통 책을 읽을 때 깨끗하게 읽는 편인데 정여울 작가님의 책은 도저히 깨끗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구절들이나, 생각이 깊어지며 어느샌가 고객를 끄덕이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라든가, 책 속 곳곳에 등장하는 아직 내가 접해보지 못한 여러 예술인들이나,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구절들이 있을 때는 모두 다 밑줄을 치며 읽고, 너무 지저분해진다 싶을 때는 모서리 부분을 접어가며 읽기도 했다. 정여울 작가님의 책을 통해 유럽의 곳곳을 느끼기도 했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을 알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책의 소개처럼 인문향이 풀풀나는 너무나도 멋진 '유럽 여행 에세이'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중간중간 메모해 두었던 작가들의 책이 몇 권 있어 이 참에 구입도 해 보았다. 박노해 <다른길>,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김연수 <여행할 권리>,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아미엘의 일기> 오늘 도착할 것 같은 데, 이 책들도 너무너무 기대가 된다.

 

 나의 힘들었던 청춘, 그 시절이 자꾸 회상이 되어 본의 아니게 서두가 좀 길어졌는데, 이 책은 2014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작인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의 두번째 책이다. 물론 두권 모두 소장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총 10가지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각각의 테마에 맞게 여행지들이 소개되어 있고 그곳에서 느꼈을 정여울 작가님의 섬세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두고두고 꼽씹으며 읽기에 충분한 글이다. 나에겐 이태리가 단 한번의 유럽 여행이였지만 이 책을 통해 언젠가 다시 떠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고 혹 떠나지 못할지라도 이젠 '꿈만 꾸어도 좋다'라는 마음의 평화를 갖게 된 책이기도 하다. 그저 판에 박힌 루트대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 책'이기도 하다.

 

 

 

'여행은 쇼핑도 아니고, 남에게 보여주거나 자랑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가장 나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내밀한 기쁨이 아닐까. 길을 떠난 뒤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집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내 삶을 잠시 접어두고 오랜 방랑의 길을 걷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내 삶이 더 소중해지는 것. 내가 반드시 고쳐야 할 나 자신의 그릇됨을 통렬하게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힐링보다 더 절실한 우리 마음의 여행이다. 우리의 여행은 이제 좀 더 깊고, 소박하고, 차분한 성찰의 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 202page -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