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 개정판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상깊은 구절

"이별이란 정말 슬프고 괴로운 일이지. 그렇지만 거기서 멈춰버릴 수는 없는 거란다."

"난 행복한데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그냥 당신 곁에 있기만 하면 되는 걸요."

 

 

 

1년 전 사랑하는 아내이자 엄마를 잃은 다쿠미와 유지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은채 자신들의 별에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이곳이 아닌 다른 별 '아카이브'라는 별에 살고 있다고 다쿠미는 자신의 아들 '유지'에게 이야기해준다. '아카이브'라는 별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사후세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어쩌면 '아카이브'라는 별의 존재는 남겨진 자들의 그리움이 쌓여 가슴속에 만들어진 별일 것이다. '미오'가 병으로 이 세상을 등진 후 다쿠미와 유지는 자신들의 기준에선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이 멈춰버린 그들의 생활공간은 정리되지 않은 것들로 가득차 있다. '미오'는 죽기 전 "다시 비의 계절이 돌아오면 둘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러 올 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미오'는 비오는 계절, 다쿠미와 유지앞에 나타난다. 그렇게 기묘한 6주간의 동거가 시작된다. '미오'는 예전 그대로의 미오지만 기억을 잃은 채 그들에게 돌아왔다. 다쿠미는 그렇게 돌아온 그녀의 존재가 믿어지지 않지만 '유령'이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그 단어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만큼 '미오'는 다쿠미가 사랑했던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미오'그 자체이다.

 

그녀는 숨을 쉬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문득 그녀의 마지막 나날들이 되살아나서 가슴에 통증이 내달렸다.

다시 한 번, 나는 잃어야 하는 것일까?

곁에 있고 싶다. 내내, 앞으로도 계속, 내가 죽을 때까지.

그녀가 유령이라도 상관없다. 우리의 일을 잊어버렸다 해도, 그래도 괜찮다.

곁에 있어만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가 오는 계절에 돌아왔지만, 비가 오는 계절에 떠났던 그녀이기에 또 다시 '미오'를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워 다쿠미는 기억을 잃은 미오에게 거짓말을 한다. 지금까지 계속 함께 살아왔으며, 당신이 아파서 잠시 기억을 잃은 것 뿐이라고. 그리고 '유지'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엄만, 우리와 함께 주욱 함께 해왔던 것이라고. 미오가 기억을 되찾으면 다시 '아카이브' 별로 돌아갈지도 모르니까...그렇게 공범이 된 다쿠미와 유지의 행동과 말투는 '미오'에게 이상하게 어설프고, 낯설어 보이지만 '미오'가 돌아온 그들의 생활공간은 다시 예전처럼 정리되고 생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다쿠미'는 '미오'에게 자신들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중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되어 결혼하기까지의 과정들을 이야기해준다. '다쿠미'가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련한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지금처럼 핸드폰이 일상이 되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그들이 서로를 잊지 않고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편지였다. 책상 머리맞에 앉아 서로를 생각하며 편지의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것은 완성되지 않은 밑그림에 색을 덧입혀 나가는 작업자의 신성한 의식처럼 고결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기억을 잃은 '미오', 그녀없이 1년의 공백을 보낸 '다쿠미'는 오늘 처음 만난 연인들처럼 다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

 

"잘 잤어요?라든가 "잘 자요", "음,맛있네"라든가 "괜찮아?", "푹 잤어?", "이리 와 봐" 같은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말들 모두에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게 부부로구나, 라고 나는 생각했다.

예전, 그때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러던 어느 날 '미오'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다쿠미와 유지가 숨긴 사실에 대해 모든 것들을 알게 된다. '다쿠미'의 꿈은 소설가였는데, 자신과 '미오','유지'에 대해 썼던 글들을 '미오'가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곧 비의 계절도 끝나가고 있다. 만남엔 늘 이별이 존재한다. 그 어떤 것도 이별없는 만남은 없다. '미오'가 사실을 알았든, 알지 못했든 비의 계절이 끝나가는 날. 그녀는 자신의 별로 돌아가게 된다. 왜 그래야만하는지...그것은 '미오'도, '다쿠미'도 알지 못한다. 오직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 어떤 존재만이 알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거야. 아무리 이별이 거듭되어도, 아무리 먼 곳으로 흘러가도, 그래도 살아가."

 

처음 '다쿠미'와 '유지'곁을 떠났던 날처럼 '미오'는 다시 그들의 곁을 떠났다. 처음이든, 마지막이든 이별은 몇번을 해도 슬프다. 다른 것과 달리 좀처럼 익숙해질 수 없다. '다쿠미'와 '유지'도 두번째 그녀와의 이별을 맞이한다. 다만, 차오르는 슬픔만큼 그 슬픔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들이 자주 걸었던 이슬젖은 숲속에서의 함께한 사진속 그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다. 어쩌면 '다쿠미'와 '유지'는 비가 오는 계절에 그녀가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는 아련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기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쿠미는 공원에서 자주 얘기를 나누었던 '농부르 선생'에게 한통의 편지를 전달받게 된다. 그 편지는 6주간의 기이한 동거기간 동안 '미오'가 쓴 편지이다. 어릴적 자신들의 연애시절 '미오'는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눈을 뜬 건 비오는 숲속 허물어진 공사장의 공터였다. 거기서 '미오'는 '다쿠미'와 '유지'를 만나게 된다. 비오는 계절. 그리고 시작된 6주간의 기이한 동거. 그녀는 8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뛰어 미래의 시간속에서 그들과 함께 한다. '미오'는 자신앞에 다가올 모든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리가 비록 중간에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 결혼하게 될 거란 것, '유지'라고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물을 만나게 될 거란 것, 자신이 28살의 나이에 죽게 될 거란 것, 그리고 비오는 계절에 남편과 아이를 만나기위해 다시 찾아올 것이란 것까지... 어쩌면 그녀는 그 순간 다른 삶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이 보았던 그 삶을 선택했다. 그것을 알기에 그녀는 다시 '다쿠미'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어릴 적, 다쿠미는 어떠한 이유로 미오에게 이별을 선언한다. 이 부분은 책을 통해!) 이 책의 마지막 반전이라면 반전일까.......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가야지요.

호수 역에서, 분명 그 사람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나의 멋진 미래를 안고서.

기다려주세요, 나의 도련님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평범한 일상속에 기묘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빛깔들로 채색된 아름다우면서도 가슴을 아련하게 하는 소설이였다. 우리 곁을 떠나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아카이브'별에서 자신들만의 또 다른 삶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도 그 별에서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나는 한 걸음 먼저 아카이브 별에 가 있을게.

언젠가 또 다시, 거기서 만나요.

내 옆자리는 꼭 비워둘 거니까.

그럼, 부디 몸조심하고.

유지를 잘 부탁해.

 

정말로 고마워.

사랑해.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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