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잠깐의 쉼도 없이 몰입되어 읽었다. 미래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처럼 지금 내 삶속에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여신의 힘을 깨울 수 있도록 하기위해 나에게 도착한 편지같았다. 저자 현경은 진보적 신학자로 모든 종교 및 문화를 품을 수
있는 통합적 사고를 소유하고 있는 여성, 환경, 평화운동가이기도하다. 그녀의 '튀는 유전자'를 물려 받은
조카 '리나'에게 편지글의 형식으로 쓴 책이지만, 모든 여성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하다. 나는 저자 현경이 사랑을 담아 '리나'라고 부르는 책의 첫 문장에 내 이름을 넣고 책을
읽었다. 이 책이 나온지는 벌써 12년이 흘렀다고 한다. 그때 이 책을 만나보았더라면 내 삶의 작은 부분이라도 어떤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을 나는 행운이라 생각한다. 기독교의 교리 중 십계명이라는 것이 있는데,
미래에서 온 편지에도 내 안에 잠든 여신을 깨우기 위한 10계명이 나온다. 각 한가지의 계명이 끝나는 마지막 장에는 그 계명들을 지키고 익히는데
참고가 될 영화, 책, 음악, 명상방법들을 소개한다. 조금씩 시간을 내여 그녀가 추천하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명상을 꼭
해볼 것이다. 그러면 이제 그 10가지 계명들을 하나씩 풀어보도록 하겠다.
첫번째 여신은 자신을 믿고
사랑한다.
: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가부장제안에서 여성은 늘 억압과 차별, 종속된 삶을 살도록 강요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야 여성들의 권위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고 있다. 진정한 여신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모든 것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학습된 무기력성'으로부터 탈피해 어떤 일이 있어도 나 자신을 사랑해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긍정을
의미하며 이러한 사랑 즉 자기긍정이야 말로 내 자신을 이끄는 원천이며 힘인 것이다.
두번째 여신은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한다.
: 나는 누구이며, 이 세상에 왜 왔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장이다. 결국 내 안의 여신을 깨우기
위해서는 여성스스로 가장 자신있고,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함으로써 그 일을 통해 주체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좋은 '신붓감', 잘 팔리는 '여자'가 되지 않기위해서 말이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들 중에 "상상으로 마음속에 그림
그려보기"가 있는데 바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하고 큰 꿈을 꿔보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그런 제약조건들은 다
무시한 채 말이다. 그래야 "처음에 호랑이 꿈을 꿔야 나중에 고양이라도 나오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너의 황홀함을 좇아가.
너의 가슴을 좇아가.
너의 사랑을 좇아가.
그러면,
우주가 네가 춤출 수 있도록 음악을 연주할 거야.
세번째 여신은 기,끼,깡이
넘친다.
: 기는 곧 생기이며 생명력이다. 가부장제의 틀안에서 '여자가 기가 너무 쎄면 안 된다'는 말로 우리 여성들은
자신의 기를 죽이고 살아와야했지만 그것은 곧 생기잃은 마른 나무와 같다. 이제는 그 기를 마음껏 발산하며, 끼로 승화시켜, 업악의 경계선을 허물
깡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야한다. 자신만의 비전을 찾아보고 두려워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해보는 도전과 용기도 필요할 것이다.
자기 고유의 리듬이 그대로 몸과 감성에 살아 있고, 자기 안에 강물이 흐르는
여자. 불꽃처럼 타오르는 정영로 횃불처럼 우리 길을 뚫어주는 여자. 그리고 자기의 성(Sexuality)을 즐거워하고, 성적인 힘을 키워가는
여자가 진짜 기,끼,깡이 있는 여자다.
네번째 여신은 한과 살을
푼다.
: 여성들이 갖춰야 할 미덕 중에 하나가 바로 화가 나더라도 화를 안으로 삭이는 것이다. 그것을 '인고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결국 그 화가 쌓여 여성들에게 우울증, 암과 같은 질병을 가져다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정한 여신은 화, 그러한 분노를
삭이는 것이 아니라 풀고 해결해야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사회의 부정의에 대해 분노할 때 그 분노는 내 안에서 삭혀지는 분노가 아니라 바깥으로
표출되는 분노가 되는 것이다. 결국 분노에 먹히지 않고 토설함으로써 오히려 그러한 분노, 슬픔, 한은 삶을 살아가는데 더 큰 힘이 될 수
있다.
부정의에 대해, 세상에서 벌어지는 악함에 대해, 네가 당하는 부당함에 대해
분노해.
그러나 그 분노로 한과 살을 만들지 말고, 정의를 이루고 세상을 바꿔나가. 너
자신도 바꿔나가고.
다섯번째 여신은 금기를
깬다.
: 이 장은 가부장적 사회문화에 오랫동안 짓눌려왔던 여성들의 (금기)Taoo라는 것이 부당하다면 과감하게 깰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려움과 맞서 세상에 뛰어들 용기가 필요하다. 다만 그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맹목적인 반항으로 금기를 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부서져 나갈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금기를 깨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그 동기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줄 알아야하며 확신이 들었을 때 철저하게 준비해서 금기를 깨야한다. 즉 '홧김에'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섯번째 여신은 신나게
논다.
: '잘 놀줄 아는 사람이 공부도 잘 한다'라는 말은 아마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잘 노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잘 노는 사람이 신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사람이다'로 확장시켜볼 수 있다. 왜냐하면 잘 논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남과 어울려 놀지 못하는 완벽주의자나 나르시시스트들은 자기 긴장을 풀지 않기 때문에 아집이 강하고 남을 무시하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일곱번째 여신은 제멋대로
산다.
: 여기서 말하는 제멋대로 산다는 것은 방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큰 자유 속에서의 삶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더 큰 신, 생명, 우주와 주파수를 맞추면서 그 속에서 마음껏 자유를 누리는 것, 방향 있는 자유와 목적을 말하는 자유이다. 즉 이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자기가 누군지 분명히 인식하고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독립성, 자신감, 용기, 실력, 그리고 영성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의 삶속에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이 보인다.
질투는 '가난의 세계관'에 기인한다.
질투하는 마음을 고치려면 '풍요의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사람이 좋은 자리나 기회를 가지면 자기 것을 빼앗겼다 생각지
말고,
자신에게는 또 다른 방향으로부터 좋은 자리나 기회가 주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많은
자리와 기회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풍요한 세계관'이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여덟번째 여신은 과감하게 살려내고 정의롭게
살림한다.
: "당신의 침묵은 절대로 당신을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흑인 여성 시인 오드레 로드의 말처럼 악의 세력이 판을 칠
때 침묵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워야 한다. 그런 운동이 있었기에 사회의 부조리,부정의 속에 은폐되었던 진실들이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종군위완부 할머니, 중세의 여성들이 마녀사냥을 당한 그 배후의 진실, 흑인 인권운동 등이 그 예이다. 여신은
'살림살이'가 더 이상 여자를 가정에 가두는 억압 기제로 쓰이는 그런 살림이 아니라 온 세상을 바꿔가는 '해방적 살림살이'가 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홉번째 기도하고 명상한다.
: 기도와 명상을 통해 영적으로 더 깊이 있게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너무나도 바쁜 현대 사회속에서 잠깐의 시간을 내서 자신만의 기도 및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될
것이며 내 안의 진정한 여신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열번째 여신은 지구, 그리고 우주와
연애한다.
: 내 안의 잠든 여신 깨우기의 마지막 계명이다. 여성의 자궁이 생명의 탄생지라면 우리 인간은 바로 우주의
자궁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여신은 바로 생명을 존중하며, 지구와 우주를 품에 안아 그 생명력이 꺼지지 않게끔 노력하는 존재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사랑하며 존중한다. 그렇기때문에 단순한 패미니스트가 아니라 에코패미니스트인 것이다. 살림이스트라는 단어도 등장을 하는데,
살림이스트라는 것은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함을 뜻한다. 살림은 말 그대로 여성들이 매일 하는 가정일이다. 모든 사람들을 배부르고 행복하게 먹이는
것, 가족의 평화, 건강, 풍요함을 끌어내는 것, 아름다운 삶의 환경을 만드는 일 등 이 모든 것들은 여성들이 늘 해왔던 그 살림의 테두리에
안에 있는 것이다. 강한 생명력과 창조력을 가진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세상밖으로 나왔을때 이 지구는, 우주는
멸명과 종말이 아닌 더 큰 풍요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에코패미니스트는 여성우월주의를 추구하진 않는다.
다만 그 동안 가부장적 제도의 틀에 갇혀 억압되어왔던 여성들의 해방을 통해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그 '무한한 생명력'을 자신들 속에 잠들어 있던
여신을 깨워 자신뿐아니라 이제는 이 지구와 우주, 모든 살아있는 생명들을 사랑하며 더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상으로 바꿔 나가길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