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포도를 좋아한다는 곽재구 시인의 3번째 산문집이다. 그의 또 다른 저서 "포구기행"과 "예술기행"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따뜻하게 읽었기에 추후 그의 다른 저서들도 꼭 읽어보고싶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았을때는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강했다. 귀신이라하면 보통 부정적이고 무서운 느낌이 가장 먼저 드는 단어인데, 어쩐지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따뜻했기 때문이다. 호기심도 동하고 내용도 궁금하여 읽게 되었는데 길귀신은 그의 여행의 동반자요. 길동무였던 것이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 그곳이 어디든 길귀신은 그가 밟은 흙이고, 그의 시상을 떠올리게 할 바람의 흔들림이고, 저물어가는 바다위의 태양이며, 길섶에 핀 한송이 꽃이였다. 
 
시인의 어린시절 따뜻한 추억을 비롯하여 그가 떠난 인도,모스크바,그리고 대한민국의 여수,순천만 등 시인 곽재구가 떠난 여행의 길목길목에서 그가 느끼고, 추억하고, 향유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그만의 언어로 풀어쓴 따뜻한 손편지같은 책이다. 시인의 어린시절을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나 또한 내 자신의 어린시절이 생각나 잠시 그 시절로 돌아가 회상에 잠겨보기도 했다. 그가 떠나는 그 어떤 곳이든 그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나뭇가지에 걸려 잠시 숨을 고르는 바람에게도 말을 걸고, 등굽은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심지어 바닷가 근처 우두커니 서있는 가로등에게도 이름을 지어주고, 멀리 타국에서 날아왔을 미국미역취꽃에게서도 연민의 정을 느끼는 시인 곽재구의 따뜻한 시선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져 이런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또한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이 너무 부럽게 느껴지기도했다. 그가 들려주는 여행에서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여행정보가 아니라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느낌이였다. 유명한 대도시가 아닌, 어쩌면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서 작가가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그곳에서의 풍광들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마치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를, 아무도 봐주지 않는 그림들을 시인 곽재구가 들어주고, 관심을 갖고 봐주는 느낌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시인 곽재구가 아니였으면 나 또한 외면했을 수 있는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그림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듣게되고 보게되어서.......
 
책은 산문집이지만 시인이기때문에 그의 유명한 "사평역에서"라는 시도 실려있고 그 시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유례도 엿볼수있다. 또한 그 시로인해 유명해졌지만 어느순간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되기도했다는 시인의 고백속에서 그의 고뇌와 그 시절 그가 느꼈을 청춘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그 아픔을 함께한 시간이 되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사랑한 시인 "타고르"와 문학의 대부호 "톨스토이"에 대한 이야기부분에서는 나도 다시 한번 그들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되었고, 대한민국의 여수바다 "와온", "여자도","가정마을","쫑포","소제마을","삼달천" 등 나 조차도 생소한 그런 곳이 우리나라 땅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워 기회가 되면 시인의 마음으로 그 곳들을 꼭 한번 방문해보리라 다짐했다.
 
그의 아름다운 언어들을 이곳에 다 옮길수는 없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느껴지는 감정은 여전히 내 가슴속 깊이 영롱하게 드리워져있다. 쓸쓸하게 저무는 와온바다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시인의 뒷모습이 그려지기도한다. 하지만 그에겐 그와 항상 함께하는 길귀신이 있기에 그가 가는 곳은 결코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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