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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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을 좋아하지만 오컬트 호러 분야는 처음이다. '고딕 리얼리즘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장편소설 <우리 몫의 밤>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아직 어린아이인 가스파르로 아

빠 후안과 엄마와 함께 살았으나 엄마는 원인 모를 교통사고로 사망한 상태다. 어느 날 아빠 후안은 칼 한 자루와 재로 가득 찬 주머니, 산소 튜브 등을 챙겨 아들 가스파르와 함께 비밀리에 여행을 떠난다.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듯이 부자의 모습이 불안해 보이는 것은 책을 읽는 독자라면 모두 느끼겠지? 후.

아이를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아빠 후안의 모습도 불안하지만 건강 상태도 걱정이 될 정도다. 핸들을 잡은 손은 저릿하고 가슴의 부정맥은 불규칙하게 뛰는 모습을 보인다. 모텔을 전전하고 식사를 하면서도 어딘가 수상해 보이는 부자의 모습에 사람들이 말이라도 걸면 후안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거 뭔가가 있다 싶다. 사실 후안은 여느 평범한 아빠가 아니다. 그는 어둠의 신을 소환하는 능력을 지닌 메디움이다. 악마와 인간 사이 다리를 놓는 영매인 셈으로 기사단에 끌려가 제례와 의식에 수차례 이용당해 왔다.

후안은 직감으로 기사단의 다음 타깃은 자신의 아들 가스파르란 생각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를 보인다. 어둠을 보기 시작한 아들, 가스파르. 이는 유전적 형벌이다.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아들과 함께 한 이번 여행길에서 가스파르가 자신의 능력을 물려받았음을 알게 된다. 영매가 되어 어둠을 보거나 소환하고, 이세계의 문을 열기도 하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끊임없이 이용당해야만 하는 가혹한 삶. 그때 후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아직은 어린아이라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기에 후안은 아들의 물음에 별것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만 역시나 마음은 불안하다. 나 역시 아이를 둔 부모로서 내 아이가 그런 상태라면 어디를 가든 불안하기는 매한가지 일 테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움 보다 불안함과 긴장감이 더욱 증폭되기도 했다. 후안은 불안한 여정 속 기사단으로부터 아들, 가스파르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결국 <우리 몫의 밤>은 수백 년에 걸쳐 어둠의 신을 숭배해온 기사단과 맞서는 부자의 이야기다. 기사단으로부터 아들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분투가 눈물겹기도 하다. 마리아나 엔리케스는 아르헨티나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으로 라틴아메리카 고유의 민속 주술과 오컬트적 요소 (카발라, 유대교, 신비주의적 종파, 수피즘, 강신술과 강령술, 연금술 등)를 적절히 결합해 음습하면서도 어둡고, 환상적인 이 작품 <우리 몫의 밤>을 탄생시켰다. 그녀의 전작들을 살펴보니 <우리가 불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역시 꽤 평이 좋아 곧 이 책들도 만나 볼 예정이다.

또 희소식 중 하나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 제작으로 애플 TV에서 드라마화 확정되어 곧 만나볼 수 있다. 드라마는 좀 더 시각적인 부분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에 책과 비교해 보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책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드라마 역시 꽤 기대가 된다. 단지 이미 시청하고 있는 OTT 프로그램이 많아 애플 TV까지 결제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조금 지끈거리긴 한다. 표지부터 호러블한 <우리 몫의 밤> 환상적인 오컬트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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