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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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리 로페즈의 또 다른 자연 에세이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인상 깊게 읽었다. 자연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사 모으기도 하는데, <북극을 꿈꾸다>라는 책 역시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을 담은 책이란 생각에 냉큼 집어 들었다. 그런데 저자가 배리 로페즈인 것이다. 이것은 데스트니! 북극을 가본 적도 없고, 죽는 날까지 과연 갈 수나 있을까 싶은 곳이기도 하지만 관심이 가는 곳이긴 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천혜의 자연 그대로 야생성을 간직한 땅. 나는 그런 곳을 선호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유롭게 그런 곳을 갈 수 없기에 간접적으로나마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고나 할까. 이번 책 역시 이전에 읽은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만큼 아름다운 책이었다. 북극 하면 떠오르는 것은 녹아내리는 빙하들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비쩍 말라 버린 북극곰의 헐벗은 모습들 그리고 춥고 삭막한 곳이란 이미지였다. 물론 이는 북극이라는 땅의 지극히 일부분인 이미지 일뿐이란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땅은 완전무결한 영속을 느끼게 한다. 적대적이지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 고요하고 온전하게 이곳에 있을 뿐이다.

몹시 쓸쓸하지만, 아무런 인간의 흔적이 없기에 우리는 이 땅을 이해하고

그 안에 깃들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에드먼드 카펜터



배리 로페즈는 과거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대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은 사람이다.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이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로 표현되기도 한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북극 지도가 나와있다.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라 유심히 살펴 보기도 했다. 북극에서 지내면서 그가 보고 경험한 모든 것들이 그의 언어로 아름답게 펼쳐진다. 가지 않아도 마치 북극에 한 발을 내디딘 것처럼 생생한 묘사는 머릿속 이미지를 구현해 낸다.

'얼굴에 느껴지던 빛의 감촉을 기억한다. 풀을 뜯는 카리부들 사이로

갑자기 질주하던 새끼들, 그리고 결연한 새들이 품고 있던 다스한 알의 느낌도.

그제야 나는 햇빛이 얼마나 자비로운지 알게 되었다. 내 관습적인 인식으로 보자면 말도 안 되지만,

한밤중에도 태양이 빛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너그러운가. 수 세기 동안 이어진 겨울의 증거를 그처럼

웅변적으로 드러내는 땅에 사방으로 넘쳐흐르는 연민이라니.'

북극이라는 척박한 땅에 그의 시선이 다으면 이렇듯 언어의 음률이 실타래 풀리듯 물결친다. 북극이라는 대자연의 보고이면서도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랄까. 책의 구성은 서문을 지나 1장 <큰 곰의 땅 아르크티코스>, 2장 <사향소>, 3장 <북극곰>, 4장 <일각고래>, 5장 <대이동>, 6장 <얼음과 빛>, 7장 <땅>, 8장 <항로>, 9장 <역사>까지다. 며칠 전 아들과 함께 세계지도를 보던 중 북극에 그려져 있는 일각고래를 보며 뿔이 하나라 이름이 일각고래인가 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이에게 설명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이번 <북극을 꿈꾸다>에 일각고래에 대해 굉장히 자세히 나오는데, 개인적 경험 때문인지 이 부분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다른 고래들과는 달리 일각고래만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인 나선 모양의 엄니로 인해 일각고래는 신화 속 신비로운 생명체로 여겨졌더랬다. 이렇게 신화적 일화부터 실제 일각고래의 형태적 특성 및 습성, 진화적 뿌리, 먹이, 엄니의 생성 과정 등 여러 다양한 특징들을 설명하고 있다.

<북극을 꿈꾸다>는 이렇듯 북극이라는 척박한 땅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는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중세 아이슬란드 문학에서부터 19세기 초 영국의 북극 탐험 향해 기록도 다룬다. 또한 상업적 목적인 석유와 광석 채취를 위해 북극을 찾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반대로 북극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에스키모 문화 등 저자 배리 로페즈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북극에 대한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 속 잠시나마 환기가 되어 주었다. 마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그 광활한 대자연의 한가운데를 산책하고 온 느낌이랄까.

'그 세계가 어떤 세계든, 그 세계는 저 멀리 있다.

그러나 그 윤곽은, 그 전조는 이 땅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우리는 길을 찾아내리라는, 실질적인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나는 다시 북방을 향해 깊이 절했다. 그리고 남쪽으로 돌아서서 어두운 자갈밭 사이로

온 길을 더듬어 마을로 향했다.

나는 내가 본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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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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