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글쓰기 수업 - SNS에서 에세이까지 생활 글쓰기 지침서
강가희 지음 / 모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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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지독한 외로움의 시간을 보냈다고 덤덤히 고백하는 작가의 첫 글.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그저 로망처럼만 느껴지는데,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겠지. 그러다 팬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사람들은 조용히 자기만의 방에서 책을 읽거나, 다양한 온라인 수업에 참가하게 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강가희 작가님은 오랫동안 글 쓰는 업을 쌓아온 사람이다. 그때 작가의 글쓰기를 부추긴 사람들은 그렇게 팬데믹 시대, 온라인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이었다. 오랜 경험과 업으로 쌓아온 작가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풀어 놓기 시작했다.

그때 작가는 깨달았다고 한다. 나만큼이나 외로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외로움은 다양한 모습을 한 만큼 다양한 형태로 승화되길 원한다. 아마도 작가님에게 글쓰기 수업을 요청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자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외로울 때 문득문득 글감이 떠오른다. 그런데 자기검열이라는 감옥을 아직 제대로 부수질 못해 몇 차례 망설이길 여러 번.

오늘은 재활용품을 버리러 밖을 나갔다. 분명히 며칠 전에도 밖을 나갔었는데, 마치 오랜만에 나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서 풍겨오는 겨울 특유의 냄새. 모든 것이 태동할 날을 기다리며 움츠러든 계절. 그런 계절에는 가을에 느끼는 그리움과는 또 다른 느낌의 그리움이 숨어 있다. 멀리 하늘 위를 날아가는 철새들의 날갯짓을 보면서 나의 마음은 과거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로 향한다. 추운 겨울임에도 한창 놀 나이였던 나와 친구들. 꽁꽁 언 논밭에서 신나게 스케이트도 타고, 콧물, 눈물로 얼룩진 얼굴에 촌스럽게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저녁밥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가 보인다. 그때의 따스함이란... 순간 얼굴과 손, 발이 간지럽다. 몸은 낮은 온도와 높은 온도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겠지만 나는 그 자체로 살아있음을 느낀다. 나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것. 구수한 밥 냄새와 엄마의 웃음. 그 모든 게 엊그제같이 느껴지는 따스함. 추운 겨울철 유독 생각나는 그런 풍경이다.



나도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러나 그냥 끼적이기만 하면 되는 것인지.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양산하면 되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나를 위한 글쓰기 수업>은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누구나 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알지는 못한다. 1장은 이런 인간의 쓰기라는 본능을 바탕으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장이다. 성격이 문체를 만든다니, 와 나의 글은 사람들에게 어떤 성격의 사람으로 비칠까?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연초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는데, 몸만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아니다. 글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접속사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2장은 집필 노동자의 생계형 글쓰기로 즉 실용 글쓰기 수업이다. 아마 작가를 꿈꾸거나 에세이스트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수업이다. 3장은 퇴사, 육퇴, 은퇴를 위한 임전무퇴다. 랩도 아니고 라임 있는 제목이라니 ㅎ 보통 블로그에 끄적이는 글은 일기 형식의 글이다. 일기가 에세이로 탄생하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그런 나의 글감을 모아 에세이로 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장이다.

언젠가 들은 말이 있다. 일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어떤 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 단순히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했고, 밥을 먹었다. 이건 그냥 단순한 일기다. 그런데 이 글에 그날 느꼈던 단상이나, 무언가 다른 소재와 결합해 남과는 다른 방식과 시각으로 글을 쓴다면 에세이로 탄생할 수 있겠지. 나 역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솔직히 방대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소설은 넘사벽이고 ㅎ 에세이라면 조금만 글쓰기 수업을 받은 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영역이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여전히 나의 새해 계획은 다이어트와 영어 공부다. ㅎ 물론 매년 실패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ㅠ 이 또한 꾸준히 할 수 있는 습관적 루틴을 만들고 행동해야겠지. 행동하라고 좀! 하나 더 추가한 것이 있다면 생존적 독서와 꾸준한 글쓰기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보태니컬 아트 그림 공부 정도 되겠다 ㅎ) 나이를 먹어도 경로당이나 이런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닌, 도서관을 찾아가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남는 내 생애를 불태우고 싶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 또한 내 이름 석 자를 건책 한 권 세상에 남겨 보고 싶기도 하다. 옆에서 직접적으로 나를 가르쳐 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지만 책은 늘 가까이 있다. 이 책이 그런 나의 글쓰기 첫 번째 스승이다. 치열하게 매일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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