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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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360여 개의 크고 작은 오름이 있다. 오름은 제주특별자치도 전역에 분포하는 단성화산을 일컫는다고 한다. 제주에서 통용되는 순우리말이다. 제주도에 소재한 200m 이하로 각 봉우리나 산들은 모두 오름이라 간주하면 대체로 옳다고 하는데,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은 제외한다고 한다. 다만 책의 제목인 어승생오름 정상 해발고도는 1169m라 하니 여타 다른 오름에 비해 꽤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헥헥 되면서 올라갔던 북한산 백운대 높이가 836m 정도 되는데, 어승생오름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으리라. 물론 그 옆에 자리한 한라산은 1950m로 훨씬 높긴 하지만 말이다. 어승생이라는 말이 참 생소한데, 책을 통해 어승생에 대한 다양한 유례를 알게 되었다. 우선 어승생에 대한 여러 유례가 있으나 '물이 좋다'라는 뜻으로 가장 유력한 주장으론 '어스새'라는 몽골어가 어원이거나 물과 관련된 지명이라는 추측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는 이처럼 독특한 제주도만의 자연환경과 그 환경 속을 살아가는 다양한 식물군, 동물군을 지질학자, 식물학자, 동물학자, 여행작가 총 4인이 1년 동안 어승생오름을 탐험하며 기록해 나간 제주도 자연에 대한 이야기이다. 식물과 자연 풍경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로선 우리나라 제주도에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 감사했다. 책 표지도 정말 예쁘지만 내지는 제주도만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 33장과 동식물 세밀화 29점이 수록되어 있다.



어승생오름의 숲에는 여러 나무들이 살고 있다. 사람의 손길로 다듬어진 곳이 아닌 야생의 오름이다 보니 정돈된 숲이 아니라 태곳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초록 이끼로 뒤덮여 뿌리가 드러난 나무들의 모습은 유구한 시간의 숨결 속에서 찰나의 시간을 살다가는 인간 군상을 무심히 쳐다보는 듯하다. 제주로 여행을 가면 항상 유명한 관광지 위주로만 다녔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언젠가 다시 제주 여행의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제주도만이 품고 있는 독특한 오름의 세계를 마주하고 싶다.

제주도는 남쪽 지역이라 대부분의 지역이 따뜻한 편인데, 어승생오름은 추위가 막심하다고 한다. 때문에 세 계절을 제주에서 머무는 굴뚝새도 제주의 어승생오름을 떠나 겨울에는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한다. 현지 오소리 역시 겨울에는 땅 위로 잘 나오지 않고 자신만의 아지트에 머무른다고 한다. 어승생오름 뿐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산딸나무는 꽃잎이 참 독특하게 예뻐 기억에 남는 나무다. 어승생오름을 내려오면 딸기 모양의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가 눈에 들어오는데 제주에서는 틀낭이라고도 부르는 바로 산딸나무다.

열매는 독성이 없어 새나 동물의 먹이로 꽤 인기가 있는데 특히 직박구리가 많이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승생오름 숲 안쪽에 사는 굴거리나무는 어승생오름이 위치한 해발고도에 많이 분포하는 상록활엽수로 잎과 줄기에 알칼로드이계 독성 물질이 함유돼 새나 가축이 먹은 뒤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열매는 보랏빛으로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는데 말이다. 제주의 오름만이 품고 있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특유한 토질과 지형들을 과학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친절하게 상세히 설명하고 있는 참 아름다운 책이다.

참 나쁜 버릇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우리나라 자연은 뭐 별거 없지. 저 유럽으로 가봐야 대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데. 늘 입버릇처럼 말하고, 생각했던 나로선 부끄러운 시간이기도 했다. 제대로 보지도 않고 낮잡아 봤던 순진한 언사. 책을 읽으니 제주도가 다르게 보이고, 달라 보인다. 제주만이 간직한 유구한 시간 속을 살아온 아름다운 오름, 꼭 오를 날이 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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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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