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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늘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평점 :
■ 세계가 사랑한 조오 작가 <나의 구석> 후속작 <나의 그늘>
키 작은 나무 아래 가만히 앉아 있는 까마귀 한 마리.
나무보다 키가 더 큰 나무 그림자.
온통 초록으로 둘러싸인 공간들. 책 표지의 모든 것이 쉼이 되고 위안이 됨을 느낀다. 책 제목처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고 소중한 나의 그늘.
참 예쁜 책을 만난 것 같아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 먼저 책을 펼쳐 보았다.
평소 읽어 왔던 그림책에 비해 꽤 두꺼운 책이라 '긴 이야기'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글이 없다. 온통 그림뿐이다. '아, 글 없는 그림책이구나.'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글이 없으니 온전히 그림을 보면서
서사를 이해해야 하니까. 하지만 나를 더욱 당황케 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중요한 장면의 그림들이 모두 '책 한가운데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180º 펼침 책도 아니기에 그림을 보기 위해선 양손으로
책의 좌우를 눌러 최대한 평평하게 한 후 초집중해 '안'을 들여다봐야 했다.
'아니, 이거 인쇄 오류인가?'
'양옆의 넓은 면지 쪽을 놔두고 왜 하필 이런 곳에 그림을 배치한 거지?'
불편한 감정과 함께 여러 의문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글이 없으니 온전히 그림에만 의지해 책을 봐야 하는데... 이런 상태라면...
휴, 혹시라도 그림 속 중요한 장면을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눈이 사시가 될 정도로
'책 가운데'를 들여다본 조오 작가의 <나의 그늘>

이것은 '실수'인가?
아니면 '작가의 의도'인가?
서평을 쓰기 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 리뷰를 보던 중,
'이수지 작가님'의 평을 읽고서야 답을 찾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작가는 작가구나.
보는 관점 또한 다르구나. 와, 역시는 역시다. 나에게 좌절감을 줬어....
펼침 페이지 광활한 공간을 놔두고 굳이… 책의 한 가운데, 그 가장 좁은 구석을 초집중해서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가의 능력, 하지만 분명 이런 것이 그림책의 묘미다. 독특한 책의 공간과 말 없는 서사가 빛난다. 방구석의 콩알만 한 먼지 뭉치 같은 까마귀, 그의 고독과 당혹, 실망과 기쁨이 동그란 눈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작 『나의 구석』에 이어, 이 까만 녀석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예견된 순서였으나, 새롭고 낯선 시간과 장소가 늘 그렇듯, 안온한 구석의 반대편에는 짐작할 수 없는 드라마가 있다. 전작보다 훨씬 많은 빛과 훨씬 많은 색, 그리고 훨씬 많은 대화로 새겨지는 구석의 반전! 소중한 것을 지키며 마침내, 구석 없는 너른 세상으로 나온 새까만 주인공의 성장이 뭉클하다. 작지만 단호하고, 수줍지만 매력적인 까마귀, 너란 녀석! - 이수지 작가 -
순간 책에 대해 불평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온전히 그림에 집중해' '책의 구석을 들여다볼 독자를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을
조오 작가의 즐거운 모습이 떠올라 살짝 약이 오르기도 했다.
아, 작가에게 한방 먹었구나!
글 없이 오롯이 그림에만 집중해 서사를 이해하게 하는 하나의 장치로 활용된
'책의 한 가운데'라니... 이런 디테일함과 남과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작가의 능력'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러면 공중부양인데; 가능하겠니?)
감탄하고 말았다. 와................................!!!!!

조오 작가님의 전작인 <나의 구석>은 아직 읽어 보지 못했는데,
후속작인 <나의 그늘>과 연결되는 이야기인 듯하다.
나만의 작은 공간인 <나의 구석>을 벗어나 <나의 그늘>로 세상과 연결되는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작가님의 전작도 꼭 봐야겠다.
분명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겠지.
조금은 낯설고 불편했지만 이런 경험이 일상의 환기가 되고,
고여있던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겠지.
바로 문학의 힘이고, 그림책의 묘미이고,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아, 오늘도 좋은 그림책 한 권을 피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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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