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숨 너의 노래 나무자람새 그림책 17
강그늘 지음, 정은진 그림 / 나무말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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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바닷속 엄마 혹등고래가 아기 혹등고래를 수면 위로 올리는

모습의 책 표지가 인상 깊다.

갓 태어난 혹등고래는 첫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이때 엄마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리고 그 처음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삶은 시작된다. 아기 혹등고래는 엄마의 도움으로 첫 숨을

내쉬며 시원한 물줄기를 힘차게 뿜어낸다. 생애 첫 호흡인 것이다.

깊고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 장엄하게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 인간의 손길과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연은 이렇게 태동하고 역동한다.



강그늘 작가의 시적인 글과 정은진 작가의 몽환적이면서도 섬세한 그림은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푸른 바닷속을

유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태어나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혹등고래의 아름다운 삶의 여정이

첫 숨처럼 힘차면서도 경이롭게 펼쳐진다. 하얀 달빛 아래 첫 숨을 내뿜으며

힘차게 헤엄치는 혹등고래의 모습은 마치 전설 속 영험한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마 혹등고래가 지어준 아기 혹등고래의 이름 '첫 숨'

첫 숨은 이제 엄마의 보살핌에서 벗어나 스스로 끝없을 것만 같은

대자연의 품으로 나아간다. 문득 두려움과 외로움이 온몸을 감싸지만

엄마 혹등고래와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은

첫 숨의 홀로서기에 단단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우리의 삶에도 첫 순간이 있고 홀로서야 할 때가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그런 삶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아인 '나'와 조우하게 된다.

나의 처음과 인생의 전환점은 우리 속에 깊게 각인되어

언젠가 다시 첫걸음을 내딛게 될 때 꺼내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준다.

혹등고래의 첫 숨과 노랫소리가 책을 다 읽고 덮은 순간까지도

귓전에 조용히 울리는 것 같다.

장엄하면서도,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 속 혹등고래의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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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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