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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ㅣ 인생그림책 21
이순옥 지음 / 길벗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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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배경에 푸릇푸릇 초록 빛깔 들풀의 모습이 담긴 책표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나의 감정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더욱 놀라웠다. 길벗어린이 출판사 <틈만 나면>은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3회 수상, 22년 천보추이 국제아동문학상 수상 작가인 이순옥 작가님의 작품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들의 생명력에 주목해 우리도 들풀처럼 뿌리내리고 강인하게 살아가는 위로와 안부를 건네는 어린이 그림동화책이다.
콘크리트 바닥을 비집고 올라온 민들레, 질경이, 벽 틈 사이에 얼굴을 내미는 작은 풀들, 공원 벤치 의자 사이사이에 비죽하게 자라난 풀들, 어두운 하수도 밑에 뿌리를 내려 가로막힌 철창을 사이에 두고 파란 하늘을 우러러보는 들풀까지 길을 걷다 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자 무심하게 지나칠 수도 있는 풍경이다. 아이와 함께 혹은 혼자서 길을 걷다 보면 어떻게 저런 곳에 뿌리를 내려서 자랄 수 있지?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초록색으로 넘실거리는 것들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풍경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아주 가까이 다가가 조금만 자세를 낮춰 가만히 들풀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화려하고 커다란 꽃 못지않게 올망졸망 영롱하니 아름답다. 자세히 보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 아름다움을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덤으로 그들의 찬란한 생명력까지, 그 활기찬 기운을 느낄 수 없다. <틈만 나면>은 제목처럼 작은 틈이라도 있다면 들풀들이 살지 못할 곳이 없다. 조금 답답해도 상관없고,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개의치 않다. 오히려 당당하게 위로 위로 줄기를 뻗거나 더 활짝 자신을 피우기 위해 작은 몸짓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말은 없지만 들풀들의 강인한 몸짓 속에서 하나의 언어를 읽어낼 수 있다. 한 번도 주인공이었던 적은 없지만 스스로의 삶에서 당당한 주인공들. 사람들이 환호하고 열광하는 멋진 화원이 아니어도, 정성껏 꾸린 화단이 아니어도, 아름드리 장식한 화려한 정원이 아니어도 '한 줌의 흙과 하늘과 작은 틈새'만 있다면 어디든 멋지게 성장할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이들이다. 어느 환경에 있더라도 가장 나다울 수 있는, 나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나를 인정하고 나를 더 사랑하고, 나를 꽃피울 수 있는 그런 우리가 되길 바라며 쓴 작가님의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아닐까 싶다.
서로 불리는 이름이 다르더라도 나는 나를 제대로, 온전히 불러주자. 이 세상에 아주 작은 틈만 있다면 화려한 무대가 아니더라도 나답게, 나로 성장하길 나 또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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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