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만 아는 아무 데
진 윌리스 지음, 아나스타샤 수보로바 그림, 김은정 옮김 / 사파리 / 2023년 3월
평점 :
+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사파리 출판사의 신간 <나만 아는 아무 데> 책 표지에도, 내지에도 타공이 되어 있어 책을 읽을 때 보다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유아그림책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 아는 그런 곳에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엄마의 끊임없는 참견과 잔소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그런 곳 말입니다. 잠자리 독서로 아들에게 <나만 아는 아무 데>를 읽어 주었는데요. 와우! 읽으면서 어찌나 찔리던지 ㅋㅋㅋㅋ 이건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내가 지금 아들에게 하는 것 같은 현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얼굴이 다 화끈화끈 ㅎㅎㅎㅎ
오스카에게 오늘도 여느 날과 같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는 오스카에게 끊임없이 묻고 또 묻습니다. 대답하는 것도 지쳐갈 무렵 오스카는 '나만 아는 아무 데'로 갑니다. 빽빽한 나무숲 작은 틈새로 들어가면 바로 오스카만이 알고 있는 아무 데가 나타나지요. 아무 데는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아무도 묻지 않는 아주 조용한 곳입니다. 오스카는 아무 데에서 그 누구의 간섭과 참견도 받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오스카는 점점 엄마의 질문과 참견, 혹은 잔소리가 조금은 그리워집니다. 귓가에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 때 오스카 앞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오스카는 아무 데를 떠나 다시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른인 우리도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질문도 받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감정의 더께들. 그렇게 감정 소모가 심한 날 정말 어딘가로 훌쩍 떠나거나 어딘가 혼자 틀어박혀 오직 나 자신과 조우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그런데 아이들도 그럴 때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물어보았답니다. 혹시 혼자 있고 싶은 날이 있냐고 말이죠. 그런데 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ㅎㅎ 하긴 52개월인 아들 입장에선 아직까지 엄마 아빠와 붙어 다니는 것이 전부겠지요. ㅎㅎ 조금 더 크면 아마 우리 아들도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하는 날이 오겠죠.
그런 날이 오면 어쩌면 엄마인 제 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아이를 키워낸다는 것은 이 세상에 온전히 홀로 설 수 있도록 어디까지나 부모는 아이에게 보조역할이라는 것! 잘 살아갈 수 있게, 잘 떠나보내는 것이 목적이니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이 시간도 정말 빨리 올 것 같긴 합니다. ㅎㅎㅎ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