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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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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신간 31권 <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편이 출간되었다. 첫 권인 셰익스피어부터 최근 출간작까지 모두 소장하고 있는 나로선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기대 만땅이다. 이번 신간 말러는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클클 시리즈의 인사들은 아무리 몰라도 최소한 이름 정도는 한 번쯤 들어봤을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말러라는 제목 위에 그의 정확한 이름 '구스타프 말러'를 읽는 순간 '구스타프 클림트'가 먼저 생각나기도 했고 말이다. 동시대를 살았던 이 둘은 한쪽은 음악 또 다른 한쪽은 미술로 활동한 점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거장들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듯 떠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전문가의 폭넓고 해박한 배경지식과 해설이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을 준다. 해당 인물에 대해 잘 몰라도 책장을 넘기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인물에 대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 진한 감동까지 말이다. 인물과 관련된 다양한 지역과 나라에 대한 생생한 사진은 간접적으로나마 랜선 여행을 떠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클래식 클라우드를 애정 하는 이유다.

유대인이었던 말러는 1860년 체코에서 태어나 이흘라바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다.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는 선술집을 운영했는데 결혼 생활 내내 불륜을 저지르고 어머니를 학대하곤 했다. 14명에 달하는 형제자매들은 병을 앓거나 사망하기도 하는 등 말러의 유소년기는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어머니를 닮아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했던 말러는 어느 날 부모님이 소리를 지르며 거칠게 싸우는 모습에 겁에 질려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때 들려온 유쾌하면서도 경쾌한 음악 소리. 당시 말러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 삶의 비극적 아이러니를... 말러는 매 순간, 비일비재하게 겪었다고 하니, 그 시절 그가 경험하고 감당해야 했을 감정의 부조화는 꽤 깊었으리라 생각된다.
"가장 괴롭고 슬픈 상황에 가장 즐거운 배경음악이 울려 퍼지는 정서 부조화의 순간은 이 집에 비일비재했다. 죽임이라는 극단적인 비극이 부재할 때도 이 집안은 그리 화목한 편이 아니었다." "말러의 음악에서 슬프고 비극적인 선율에 반드시 해학적인 웃음이 뒤섞이는 이유는 이처럼 어린 시절 가장 슬프고 우울한 순간에 즐거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존재하는 상황을 일상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말러는 빈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로 평가받음과 동시에 최악의 작곡가로 평가절하를 당하기도 했다.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유소년기부터 미치광이로까지 불릴 정도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전성기를 보낸 빈 국립오페라극장 시절과 딸 마리아의 죽음 그리고 아내 알마의 남성 편력까지. 말러의 생애를 둘러싼 비극적이면서도 불합리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응축되어 말러, 그 자신만의 고독하지만 독창적인 예술의 길을 걷지 않았나 싶다.
“그는 만물 안에서 살았고, 만물은 그의 안에서 살았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제자이자 동료로서 그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기도 한 명지휘자 브루노 발터의 이 말처럼 말러는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것에서부터 가장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만물을 두루 포용한 음악 세계를 보여 주었다.
Ps. 이제는 알 것 같다. 말러를 왜 경계 위의 방랑자라고 표현했는지 말이다. 삶과 죽음, 비극과 희극... 그 경계 위 어디선가 방랑하고 있을 말러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이율배반적이게도 삶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다만 너무 일찍 이 사실을 알게 된 소년 말러가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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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