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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새
로시오 아라야 지음, 김지연 옮김 / 너와숲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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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호기심도 많았고, 질문도 많았다.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에 의하면 어렸을 적 나는 유독 질문이 많았다고 한다.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내 눈에 포착되면, 붙잡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늘어놓기 바빴다고 한다. 보통의 어른들이 그렇듯 처음에는 질문하는 아이가 기특해서 성실히 대답을 해주다가 점점 지쳐서 급기야 도망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내가 그토록 질문이 많은 아이였다니.... 내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 나는 손을 들고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모르면 그냥 넘어가거나 했었는데. 엄마의 이야기는 참으로 놀라웠다. 그렇다면 그렇게 질문이 많았던 나는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을까? 아마도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
콜라주 형식으로 이어붙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머리 위의 새>속 소피아는 질문이 참 많은 아이다. 소피아의 머리 위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넘실거린다. 세상에 대한 궁금함과 끊임없는 호기심. 이를 새로 표현하였다. 궁금증이 해결되면 소피아의 머리 위 새는 하나씩 하나씩 넓고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선생님의 머리 위에는 새가 없다. 세상에 대하 궁금한 것도 호기심도 없는 어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와... 감탄이 절로...! 그런 선생님의 머리 위에 소피아는 새를 한 마리 올려준다.
아이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자신만의 세상을 넓혀 나간다. 머리 위의 새는 아이의 상상력이자, 호기심이자 탐구 정신이다. 아이의 새가 넓은 하늘로 날아올라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면 그만큼 아이의 세상은 커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은 아이의 질문에 영혼 없이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질문을 회피하고 공부나 하라는 둥, 숙제나 하라는 둥. 아이를 어떤 틀안에 가둬두려 한다. 결국 아이의 머리 위 새는 점점 사라질 것이고, 설사 하늘로 날아간다 해도 넓게, 높이, 멀리 날아가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아이였을 때, 우리 역시 머리 위에 수많은 새들이 살았을 것이다. 때론 멀리, 높이 날아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이 더 이상 궁금하지 않고, 모든 것이 마냥 당연해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고, 호기심은 없어져 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머리 위 새는 사라져버리고 질문하지 않는, 정해진 규격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우리 아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왜요? 엄마 왜? 어른인 내 입장에서는 어이없고,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 왜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생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대한 아이에게 정성을 다해 답을 해주자. 귀찮아하지 말자. 다짐을 해도 와... 이게 쉽지가 않다.
아이의 세상을 보다 넓게 만들어주고 싶다면, 아이 머리 위 새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면 아이의 질문을 회피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 귀찮아하지 말자. 때론 역으로 질문도 해보자. 내 아이가 나와는 달리 더 아름답게, 더 넓게, 더 높게, 더 생생하게 자신만의 찬란한 세상을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어떤 소설 속 한 문장이 생각난다. 정확한 구절은 생각나지 않지만.... 의미를 되새겨보면...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 왕국이 있었다. 어느 순간 어린 시절 왕국을 떠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어른이 된 우리였다는 것. 재미없고 질문하는 법도 잃어버린 어른이 되었지만, 내 아이의 질문엔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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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