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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무 - 2022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ㅣ I LOVE 그림책
임양희 지음, 나일성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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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최우수 일러스트레이터' 상을 수상한 화가 '나일성' 작가님과 '임양희' 작가님의 공동 저서인 <나의 나무>는 두 이민 저자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위로를 담은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 외롭고 힘들 것입니다. 소년의 집 앞마당에는 '자두랑'이라 이름 붙인 커다란 고목이 있습니다. 고향 집 앞마당에 아름드리 서 있던 감나무를 생각나게 하는 그런 나무입니다. 낯선 땅에서 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위로해 주고, 함께 어울려주며, 그렇게 따뜻하고 살가운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자두랑'은 소년과 고향의 '연결고리'이자 '유일한 친구'입니다.
자두랑 곁에 앉아 책을 읽고, 바람에 살랑이는 자두랑 나뭇잎의 숨결도 느끼며 때론 나무는 아이를 안아 올려주어 아이가 신나게 나무를 타고 놀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나무는 다양한 모습으로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는 나무를 사랑합니다. 이 순간이 오래이길 바라지만 어느 폭풍우 치던 날 밤 자두랑은 쓰러지고 맙니다. 마음은 조금 슬펐지만 한국의 할머니가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고목은 때가 되면 누울 자리를 보고 눕는다"

쓰러진 자두랑은 아이의 상상대로 트리하우스가 되기도 하고, 배가 되기도 하고, 로켓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놀던 친구가 쓰러진 자두랑의 나뭇가지에 긁혀 눈물을 터뜨리기 전까지 말이죠. 아이는 이제 자두랑과 영원히 작별해야 함을 압니다. 자두랑이 떠난 마당 한가운데를 바라보며 아이는 자두랑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생각합니다. 아이의 모습 속에서 어떤 상실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이의 가슴속엔 자두랑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 테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요.
다행히 아이의 집 앞 마당에 작은 자두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작은 자두나무는 알고 있을까요?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곳이 한때는 아름답고, 거대한 고목이 있었던 자리라는 것을요. 자두랑의 기운과 숨결을 이어받아 작은 자두나무는 무럭무럭 자라나겠지요? 예쁘고 작은 하얀 꽃도 피울 것이고요. 자두랑이 그랬던 것처럼 사계절 다양한 모습으로 아이를 환호하며 사랑해 주겠지요. 그리고 아이는 낯선 땅, 이곳을 조금은, 고향처럼 사랑할 수 있게 되겠지요 :)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제가 대학생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휴학을 하고 일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뒤편에 있던 도서관을 다니곤 했었지요. 그때 길목에 엄청 커다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었습니다. 눈부신 노란 은행잎은 초라한 제 모습을 환하게 반겨주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더랬죠. 그리고 혼자서 조용히 나무의 커다란 몸통을 어루만지며 속삭이듯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었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답답하고 힘들었던 상황들을 나무에 얘기를 하고 있노라면, 저 우듬지에서부터 나를 바라보며 가만히 내가 하는 얘기들을 듣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었습니다. 지금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을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러서 장담할 순 없네요. 갑자기..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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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