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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의 여왕 - 2022년 쿠아트로가토스상 수상 그림책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0
빅토르 가르시아 안톤 지음, 레티샤 에스테반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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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쿠아트로가토스상 수상에 빛나는 그림책 <콩의 여왕>입니다. 쿠아트로가토스 상은 미국의 쿠아트로가토스 재단이 매년 그해 에스파냐어로 발간됐거나 라틴아메리카 출신 작가가 쓴 전 세계 어린이 책 가운데 선정하는 그림책 상이라고 합니다. <콩의 여왕>은 먹기 싫은 콩과 보기 싫은 동생이라는 두 가지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가 벌이는 상상 놀이 그림책입니다. 불만이나 미움 등 부정적인 감정들은 해소되지 않고 쌓이게 되면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문에 성인이든 아이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불만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는 것이 좋겠지요. <콩의 여왕>에서 보여 주듯이 문학은 분노나 증오의 감정을 정화시켜 웃음과 사랑으로 치환해 내는 힘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표출구이기도 합니다 :)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동생도 밉고, 콩도 너무~ 먹기 싫은 소녀는 콩 한 접시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재미있는 상상 놀이를 시작합니다. 공주에서 여왕이 되기로 결심한 자신 앞으로 세 명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방문합니다. 아주 작은 마트료시카에게 콩 한 숟갈을 주고 혹시 동생을 못 봤냐고 묻습니다. 이때 마트료시카의 대답은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강물에 빠져 죽었다, 사자에게 잡아먹혔다, 숲에서 길을 잃었다! 와 같은 대답을 하며 세 명의 마트료시카 인형들의 대화는 반복 변주되며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길 바라진 않겠지만 (오죽하면 ㅎㅎ) 동생이 너~무 미운 소녀의 마음이 어떤지 알 것 같은 대목입니다. 마트료시카 인형들은 소녀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하나의 매개체이고, 먹기 싫은 콩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어렸을 적 콩을 정말 싫어했었거든요. 어디서 듣고 왔는지 생콩이 몸에 좋다며 생콩을 먹으라고 주셨던 아빠. 읔. 그 비릿한 생콩을 도대체 어떻게 먹으란 것인지. 당시 저는 아빠 앞에서 먹는 척을 하고 볼 한구석에 생콩을 모아 두었다가 교복 치마 주머니에 넣었더랬죠. 그런데 어느 날 교복 빨래를 하시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엄마. 알고 보니 세탁물을 먹고 자란 콩에서 싹이 나 교복 치마 밖으로 자라났던 것이죠. ㅋㅋㅋㅋㅋ 하.
전 남동생이 두 명이나 있지만 <콩의 여왕>속 소녀처럼 동생들을 미워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남동생들을 인형 삼아 ㅋㅋㅋㅋ 머리를 묶어주고, 치마를 입히고 놀았더랬죠. 어떤 날은 남동생들에게 제가 먹기 싫은 콩을 먹이기도 했는데 (동생들이 마트료시카 인형?) 당시 엄마의 목격담에 의하면 ㅋㅋㅋㅋ 콩을 남동생들의 입이 아닌 눈에 넣고 있던 저를 발견하셨답니다. (앜 다른 방식의 미움이었던가? ㅋㅋㅋㅋ) 여하튼 어린 시절의 저와 비슷한 면(?)이참 많아 더 공감을 갖고 읽었던 <콩의 여왕> 마지막 엄마와 동생을 안고 있는 아빠의 현실 장면은 유머러스하게 해소되면서 안도감을 주기도 합니다. 처음의 회색빛이었던 소녀가 점점 생기 있는 색깔로 변화되어 가는 장면 역시 조금씩 소녀의 불만과 미움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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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