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게 좋아요
이형정 지음 / 언제나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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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판형의 책 이형정 작가님의 <미끄러지는 게 좋아요>를 아들과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스키를 타는 모습이 지금 계절에 읽기 딱 좋은 책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동물 친구가 스키를 타면서 '미끄러지는 놀이'를 좋아하는 그림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 굉장히 철학적인 책입니다. 찰수라는 이름의 (어쩐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름 같습니다 ㅎㅎ) 강아지는 스키를 타거나, 언덕을 구르거나, 미끄럼틀을 타거나 미끄러지는 모든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가끔은 혼자 미끄러지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미끄러지면 더 재미있습니다. 에펠탑을 올라갔다가 모아이 석상 위에 우뚝 서 보았다가 오페라 하우스에 오르고, 피라미드를 타고 또 내려옵니다. 세상 모든 것들 중 올라갈 수 있는 곳에 서슴없이 올라가고 또 내려옵니다. 아들이 이 그림 페이지를 보더니 "엄마 여기 세상에 있는 곳들이야!"합니다. 최근 세계사 노출을 조금씩 하고 있었더니 대번에 알아보더라고요. 이처럼 찰수는 어디를 가든 항상 오르거나 때론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단순히 놀이로서만 즐기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장면 장면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아, 이 책 철학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맨 뒷장 저자의 말에 쓰여있더라고요. 제 생각이 틀리지 않고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읽어냈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뿌듯하기도 했답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딘가 목표로 하는 곳을 향해 올라갑니다. 각자 속도도 달라서 누구는 빠르게 오르기도 하고, 누구는 천천히, 때론 아주 힘들게 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목표로 하는 곳에 다다른 사람들 그래서 우뚝 선 사람들을 보고 우리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끄러지는 속도는 오르는 속도와는 달리 가속도가 붙어 빠르게 미끄러집니다. 미끄러지는 것에 좌절하고, 실망하고, 슬퍼하고, 원망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책 속 찰수는 이 미끄러짐을 즐깁니다. 즐기는 자를 따라올 수 없다는 말이 있죠? 아마 찰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찰수는 미끄러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미끄러짐엔 끝이 있으니까요.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올 때에도 바닥이 있고, 산을 내려올 때에도 땅바닥이 있습니다. 미끄러짐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시 천천히 올라가면 되니까요. 언제 어디서든 미끄러지는 것도, 올라가는 것도 자신 있다고 말하는 찰수! 두려움 없이 미끄러지고 다시 올라가 보는 것, 나랑 같이 해 볼래요?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미는 찰수! 정말 멋진 친구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들은 또 각자가 정한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겠지요. 옆에서 함께 올라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 든든할 것입니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찬바람이 불어 주저앉을 때도 있고, 강풍이 불어 미끄러질 때도 있겠지만 찰수가 말한 것처럼 두려워하지 말고 미끄러지면 미끄러지는 대로 즐기면서~ 다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올라갈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아무 걱정도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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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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