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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언어 -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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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의 작품을 보고 지성이나 사유가 개입하지 않은 순수 경험을 한 웬디 윌리엄스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평생을 자연 속에서 말을 타거나 스키를 타거나 두 발로 걸어 다니며 보냈다. 그런 그에게 터너 작품과 마찬가지로 허를 찔리는 경험을 선사한 것이 있으니 이는 바로 '나비'이다. 예일 대학교 서랍 속 수십 년간 숨겨져 왔던 수백, 수천 개의 나비 표본들. (와, 직접 가서 보고 싶구나!) 서랍 속에 애지중지 보관된 표본 상자들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여 있었는데 언젠가, 우주 어딘가에, 우리 은하 안에서든 밖에서든, 어쩌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어느 연구자가 필요로 할 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비'지만 (하지만 많은 종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ㅜㅜ) 관심을 갖고 자세하게 들여다본 적은 없다. 하지만 꽃밭을 너울거리며 날아가는 나비의 날갯짓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 어지럽고 복잡한 마음을 잠시나마 놓아 준다. 나비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여러 작품 속 신비로운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봄의 전령으로 불리기도 하는 나비. 분명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존재이다.
"도대체 나비에게 뭐가 있기에 그토록 쉽게, 그토록 보편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마음을 빼앗기는가? 그저 예쁘게 생겨서? 아니면 나비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우리 행성의 이야기, 우리와 다른 모든 생물 간의 파트너십, 생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는 것이 부분적인 이유로 작용하는 걸까? - 24page

저자 웬디 윌리엄스는 나비에 대한 경이로움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나비에 대해, 인간과 나비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쫓기 시작한다. 나비들은 어디서 왔을까? 왜 거기 있었을까? 지구에서 사는 동안 나비들은 무슨 일을 벌일까? 나비의 그 무엇 때문에 뭇사람들이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재산과 목숨을 걸고 이따금 죽기도 하는 걸까? 나와 같은 범인은 크게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덕후'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읽은 이디스 홀든의 <컨트리 다이어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꽃과 나무, 새 아름다운 자연을 관찰하며 기록하고 그려나간 자연관찰 다이어리. 1920년 3월 16일 밤나무 꽃봉오리를 꺾으려다 템스강에 빠져 익사했다. 휴... 이렇게 자연은 '자주' 우리를 유혹한다.
<나비의 언어>는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부터 노벨문학상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의 삶을 조명하고 아름답고 경이롭기까지 한 나비의 비밀과 신비를 풀어내는 책이다. 간략하게 나비 덕후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5만 개의 나비 표본을 남긴 미국의 곤충학자 허먼 스트레커(북미 최대 규모), 아름다운 나비 화석을 발견한 샬럿 코플런 힐, 17세기에 살았던 10대 소녀로 '생태학'이라는 개념을 창시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그리고 영국 금융 명문가 자제인 월터 로스차일드가 수집한 225만 점의 나비 표본들까지...와우... 진짜 나비에 대한 찐 덕후들의 모습에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나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지적 흥분감을 느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에 나비 삽화가 조금 곁들여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해 본다. 다행히 집에 케이티 플린트의 <나비 박물관>이라는 책이 있는데 실사는 아니지만 100여 종의 나비 일러스트 삽화를 볼 수 있으니 혹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또한 바실리 칸딘스키의 <색은 영혼에 직접 작용하는 힘이다>는 말을 이용한 듯 나비의 언어가 곧 '색의 언어'라고 밝히고 있는데, 나비들은 섬광과 눈부심으로 소통한다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작은 존재지만 그 역할은 참으로 크다. 나비는 지구 생태계의 수호신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수가 멸종했고, 사라졌다. (꿀벌도 마찬가지 ㅠㅠ) 인간과 함께 기나긴 역사를 누려온 나비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지구 환경은 파괴되고 급격한 기후변화는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다행히 인간의 과학적 발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해결할 열쇠를 갖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조금 더 관심과 공감을 갖는다면 최악의, 지구 대재앙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언어에 귀 기울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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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