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와 파랑새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채상우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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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미소 짓는 고릴라의 모습과 고릴라 어깨 위에 앉아 무언가 얘기를 건네듯 고릴라를 바라보는 파랑새. 이 둘에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요? 회색 벽, 회색 바닥, 회색 하늘.... 온통 우울한 색깔로 가득한 도심 속 동물원에 고릴라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파랑새 한 마리가 고릴라가 살고 있는 회색빛 도심 속 동물원에 찾아옵니다. 고릴라 어깨 위에 앉아 자신이 살고 있던 숲에 대해 이야기를 해줍니다. 파란 하늘, 푸른 숲, 풀벌레 울음소리, 나뭇잎 사이로 비춰드는 따스한 햇살 한 줄기.... 고릴라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포근하고, 따사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고릴라는 처음으로 미소를 짓습니다.



읽으면서 문득 대전의 한 동물원을 방문했을 때가 떠오르더군요. 호랑이, 사자 부부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장이었는데요. 평소 가까이할 수 없는 육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뭐랄까요?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쇠창살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호랑이와 사자의 눈빛이 맹수의 눈빛이 아닌, 어딘가 공허한 눈빛이었던. 푸른 초원을 누비며 거친 숨을 내뱉어 먹이를 사냥하는 용맹한 모습이 아닌. 인간들에게 먹이나 받아먹고 앉아 있는 모습이 정말 허탈하고, 안쓰럽고, 이게 뭐 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갇혀 있는 우리라도 넓으면 모를까. 

비좁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바글바글 체험 한 번 해보겠다고 달려드는 인간들 무리 속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저 역시 그런 인간들 속에 섞여 체험을 끝냈지만... 아직도 사자와 호랑이의 눈빛이 잊히질 않습니다. 그림책 속 고릴라도 그랬겠지요. 이미 익숙해져 버린 회색빛 세상. 그게 전부였던 고릴라. 그런 고릴라에게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들면서 이전과는 다른 꿈을 꾸게 된 고릴라. 그러나 파랑새는 자신이 살던 곳으로 떠나게 되고.... 이전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이 고릴라의 내부를 휘저어 놓습니다. 평소와 다른 고릴라의 모습에 사람들은 고릴라를 어딘가 다른 곳에 가둬둡니다. 결국 고릴라는 동물원 밖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파랑새가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쫓아 길을 나섭니다. 햇살이 넘실거리는 푸른 숲으로, 눈이 부시게 파란 바다가 있는 곳으로. 익숙했지만 무미건조한 곳을 벗어난 고릴라는 낯설고 두렵지만, 새롭고 아름다운 곳을 향해 한 걸음 발을 내딛는 고릴라... 고릴라는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자신에게 자유를 향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준 파랑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의 평범하고, 익숙한 일상에도 파란 점 하나 있다면 뭔가 새롭고, 감정도 환기가 될 수 있겠지요? 고릴라가 행동으로 옮겼던 것처럼 우리도 우리 삶의 변화를 위해 행동을 해야겠지요.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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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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