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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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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 작가님의 <어느 개 이야기> 표지만 봤을 때엔 반려견에 대한 따뜻한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너무 가슴 아프고 인간으로서, 도덕적으로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묵직한 작품이었다. <어느 개 이야기>는 '에일린 마보닌'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인간들의 대화를 통해 듣게 된 어려운 단어들을 많은 여러 개 앞에서 자랑스럽게 표현하는 엄마 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보닌은 그런 엄마 개를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는데, 어느 날 엄마와 헤어져 다른 가정에 보내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남자는 과학자이고 여자는 예쁜 아이들을 기르는 가정주부로, 보기에는 참 화목한 가정이다. 에보닌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잘 지내게 된다. 그런데 가끔 남자가 다른 남자들을 여럿 데려와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실험'이라는 단어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와 아이들이 집을 비우게 되면서 비극은 발생한다. 에보닌 역시 엄마가 되었는데, 자신의 새끼 강아지가 남자의 실험 대상이 되어 죽음을 맞게 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에보닌은 하인과 같이 앞마당에 새끼를 묻고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데... 에보닌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한 문장들이 정말 심금을 울렸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뒷부분을 보니 <어느 개 이야기>는 클로드 베르나르라는 과학자의 실제 일화를 바탕으로 마크 트웨인이 쓴 작품이란다. 클로드 베르나르는 우수하고 유능한 과학자였는데, 그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즉, 이 작품이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마크 트웨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작품이라면 클로드 베르나르는 과학적 결과를 위해선 '동물실험'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의 이런 생각을 반영한 말은 실로 소름이 끼치는데, 아래와 같다.
"과학자는 일반인이 아니다. 과학자는 지식인이자 사상을 흡수하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러므로 과학자는 고통에 신음하는 동물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고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를 보지 않는다.
과학자의 눈에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유기체와 밝혀내야 하는 가설만이 보일 뿐이다."
얼핏 보면 굉장히 냉철하고, 순간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인 과학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듯하지만, 실제 그와 함께 실험에 임했던 동료 과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굉장히 난폭하고,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화장품 개발에 임할 때 흰토끼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했었는데, 2015년 법이 개정되면서 전면 금지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동물보호를 외치며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트웨인 역시 동물실험 반대를 지지했던 분이시며 런던 동물실험 반대 협회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역시 필력이 대단하셔서 구구절절 다 옳은 말씀! 하~
인간이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도 동물을 학대할 권리는 없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고, 아프면 아픈 것에 대한 고통도 느낄 수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 보지 말고 그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는지 그 눈이 무엇을 갈구하고 말하는지 알 수 있다. 함께 행복하게 공존하며 살면 참 좋을 텐데. 동물을 학대하고 방치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런 동물들을 구하고 돕는 것 또한 인간이기에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동물과 동물의 삶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바로 읽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이고, 문학의 힘이 아니겠는가.
<책 속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
아직도 의학 발전을 위해서 동물실험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다수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존적인 태도는 인간과 동물의 유전학적 차이점을 간과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 109page
필수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오로지 나 자신만을 바라보아도 됩니다. 자기 연민과 합리화로 무장하고 '지금 당장의 나'만을 생각해도 오늘 하루는 무사히 넘길 수 있습니다. 시골길 짧은 줄에 묶여 컹컹 짖어대는 강아지를 보며 사나운 개라고 혀를 끌끌 차고,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사람의 잔뜩 굳은 얼굴을 보고 마음으로 욕설을 퍼붓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야를 조금만 확장해 보면, 사람의 애정을 갈구하며 한가로운 산책을 꿈꾸는 강아지의 애달픔 마음이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고되고 힘든 그 사람의 사정을 상상할 수 있게 됩니다. -111page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 그게 바로 문학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상상력과 공감을 불어넣어 이해의 폭을 넓힙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조명하여 변화를 꿈꾸게 합니다. <어느 개 이야기>를 통하여 불편한 현실을 들여다볼 용기를 얻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112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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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