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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여섯 마리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98
레오 리오니 지음, 김난령 옮김 / 시공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번역본보다 원서로 먼저 알게 되었던 레오 리오니 작가님의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신간 <까마귀 여섯 마리>를 만나 보았습니다. 책의 내용을 읽고 유아그림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뒤편 <작품에 대하여>는 책의 전체적인 줄거리 및 좀 더 책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작가에 대하여> 부분은 레오 리오니 작가님의 생전 활동 및 그림책 작업을 하게 된 계기, 작품 속 캐릭터, 색채, 그림책을 통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 역시 잘 정리되어 있지요.
사실 칼데콧 아너 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유명한 작가님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작가님의 여러 작품 속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일관된 메시지들이 실은 생전, 시대적 배경에 의한 고찰과 통찰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알지 못했었네요. 이런 배경들을 알고 책을 읽으니 더 자세히 책 속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밀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한 농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한 가지 골칫거리가 있었지요. 바로 밀알을 쪼아먹는 6마리의 까마귀 떼 들이었습니다. 까마귀 떼를 쫓아내기 위해 밀밭에 허수아비를 세웠지만, 겁을 먹기는커녕 까마귀들에게 되려 역공을 당하고 마는 농부. 농부 역시 더 무시무시한 허수아비를 세움으로써 대항하지만, 6마리의 까마귀 떼들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덧 서로 왜 싸우는지, 왜 다투는지 목적을 상실한 체 그저 갈등만 남아 더더더더 강력한 수단만으로 대응하려는 농부와 6마리의 까마귀 떼들.
멀리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부엉이가 어느 날 농부를 찾아가 까마귀들과 대화하길 제안합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하는 농부에게 부엉이는 아주 현명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대화하는 데 너무 늦은 때란 없답니다." 마찬가지로 부엉이는 까마귀 떼에게도 찾아가 농부와 대화하기를 제안합니다. 이렇게 서로 계속 반목만 하다가는 득 될 것이 전혀 없거든요. 농부 입장에서는 밀 농사를 망칠 것이고, 밀 농사를 망치면 당연히 까마귀 떼들은 먹을 것이 없어질 테니까요.
"농부를 찾아가서 얘기를 나눠 보렴.
말에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단다."
결국 농부와 6마리의 까마귀들은 부엉이 둥지 앞에서 대화를 합니다. 처음에는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다 화만 더 났지만, 대화가 지속될수록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농부와 까마귀 떼들. 결말은 역시나 훈훈하겠죠? 책을 덮고 난 후 제 자신을 둘러싼 많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깝게는 바로 신랑인데요. 살다 보면 서로 부딪히고 다투게 되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럴 때 저는 말조차 하기 싫어서 침묵을 유지했고, 먼저 대화를 시도한 사람은 항상 신랑이었는데요. 마찬가지로 말을 해도 대화가 안 통해서 다시 언성이 높아지곤 했지만, 결국 서로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서로의 입장을 차근차근 얘기를 하다 보니 스르륵 풀릴 때가 많았더라고요. 부엉이의 말처럼 말에는 마법과 같은 힘이 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마법을 우리는 잘 사용하지 않으려 하지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말이죠. 더 큰 갈등이 생기기 전에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방과 대화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지, 사실 엄청 큰 문제인 것 같은데도 막상 대화를 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리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고요. 신랑은 논외로 치고 ㅎㅎ 10년 가까이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있었는데 서로 작은 오해로 연락이 끊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래, 너 말고도 뭐 다른 친구들 많다는 생각으로 제 삶을 살았죠. 그런데 자꾸만 그 친구가 보고 싶고,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결국 제가 먼저 전화를 걸어 보고 싶었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 친구도 똑같은 마음이었다고 했지요. 다만 자기는 먼저 연락을 못했을 거라고 저보고 먼저 연락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먼저 마법을 부려서 (대화의 힘!) 소중한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런 나 칭찬해 쓰담쓰담 ㅎㅎ) 오래된 상처, 반목, 의미 없이 무고한 희생자만 내는 싸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ㅠㅠ) 등 분명히, 대화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그넘의 자존심, 고집, 명분, 욕심과 욕망 등...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에효.. 마음이 참 착잡하네요. 이 세상도 책 속 세상처럼 해피엔딩이면 참 좋겠는데. 현실은 참 그게 쉽지가 않네요. 푸틴이 이 책을 좀 읽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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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