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 ㅣ 웅진 세계그림책 225
스리티 움리가 지음, 코아 르 그림, 신동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평점 :
+
매혹적인 표지에 이끌려 펼쳐 본 스리티 움리가 작가님의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 와! 지혜롭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자 마법이 아닐까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아름다운 글을 읽을 수 있는 것 말이에요. 부모를 떠나 낯선 곳으로 이사 온 소녀. 이모와 이모부가 살고 계신 곳이지만 고향과는 달리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고 외롭습니다. 소녀의 상황이 정말 이해가 되어 저 역시 가슴 한쪽이 어찌나 먹먹하던지.
그런 소녀에게 어느 날 이모가 들려준 이야기는 소녀의 마음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죠. 옛날 한무리의 페르시아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인도에 도착하게 됩니다. 새로운 곳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기 원했던 사람들. 그러나 인도의 왕은 이들을 받아들이길 거부합니다. 말이 통하질 않았기 때문에 인도의 왕은 페르시아 사람들 앞에서 빈 잔에 우유를 가득 부었던 것입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왕이 취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페르시아 사람들은 알 수 있었습니다. 아, 우리가 정착하고자 하는 이 땅에 사람들이 가득 찼구나. 우리가 들어갈 자리는 없구나.
먼 거리를 걷고 거친 바다를 오랫동안 항해하면서 그들은 몹시 지쳐있었습니다. 인도 왕의 거절은 그들의 절망에 더 큰 슬픔을 안겨 주었지요. 그러자 지혜로운 페르시아 지도자는 인도 왕의 가득 찬 우유 잔을 받아들고 설탕을 한 줌 꺼내 조심스럽게 저었습니다. 우유는 잔 밖으로 한 방울도 넘쳐흐르지 않았죠. 그리고 왕에게 조용히 다시 건넸습니다. 그러자 인도 왕은 지도자를 껴안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페르시아 사람들은 그 웃음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었지요.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 어긋나지 않고 기름과 물처럼 따로 놀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 달콤한 맛을 낸 설탕처럼 살겠노라는 페르시아 사람들의 뜻이 인도 왕에게도 전해진 것이겠지요. 서로의 모습이 낯설고, 말도 통하진 않았지만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 진실의 향기는 통했던 것입니다. 이모에게서 이 이야기를 듣고 소녀는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요? 조금만 용기를 내어 세상에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따뜻한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세상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겠지요?
책을 읽으면서 어딘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작가 소개란을 읽어 봤는데요. 역시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맞더라고요. 작가님이 아주 오랜 옛날 이슬람교도의 박해를 피해 인도라는 낯선 곳으로 떠난 조로아스터교도들의 후손이라고 하네요. 그때 당시 사람들의 심정이 그림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더욱 생생한 느낌을 갖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비단, 낯선 땅이 아니더라도 이사, 전학, 새 학년, 새 유치원 등등 어디든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 노출됐을 때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감정에도 따뜻한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도 정말 제 취향저격이라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그림책이네요.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그림을 보고 짧게라도 읽어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크면 그때 다시 이 책을 펼쳐 볼 예정입니다. 아이가 새로운 출발로 긴장했거나 외롭고, 두려움을 느꼈을 때 말이죠.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