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숲속 도서관
임서하 지음 / 달리 / 2022년 9월
평점 :
+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숲과 책은 참 닮은 것 같습니다. 책을 펼치면 수많은 텍스트들의 물결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상상하는 제 자신을 느낄 수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울창한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전 숲에서 풍겨오는 진한 향기와 다양한 소리들은 오감을 자극하여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지요. 같은 세상이지만 마치 숲속을 경계로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이렇게 서로 닮은 숲과 책이 어우러져 숲속 도서관이 탄생한다면, 그래서 그곳 동물 친구들이 마음껏 도서관을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달리 출판사 임서하 작가님의 <숲속 도서관>은 바로 그런 상상 속에서 탄생한 책이랍니다. 생각만으로도 기쁘고, 당장이라도 숲속 도서관으로 책을 대여하러 달려가고 싶네요. 동물 친구들은 숲속 도서관에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습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거나 풀밭 위에 앉거나 자유롭게 앉아 각자 텍스트의 바다로 떠나지요. 때론 책으로 집을 짓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책을 따서 읽기도 합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상상하며 그날의 빛나는 하루가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따뜻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책을 가득 채우고 글밥은 하단에 한 줄에서 두 줄 정도로 적습니다. 숲속 도서관은 그야말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책이지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숲속 도서관에 앉아 귀여운 동물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 제 모습이 그려지네요. 아들에게도 읽어 주었는데요. 책으로 집을 짓는 장면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숲속 도서관에 밤이 찾아오면 까만 밤하늘을 하얗게 수놓은 별들이 쏟아질 듯 숲속 도서관을 비춰줍니다. 동물 친구들은 내일 또 새롭고 특별한 이야기들을 만나러 숲속 도서관을 찾아오겠지요. 책장을 더는 넘기지 못하고 이 페이지를 계속 들여다보았는데요. 제가 살고 있는 도심 속 하늘에선 반짝이는 것이 별 인지, 인공위성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쏟아질 듯 무수히 많은 별들이 보이지도 않고요. 어딘가 태곳적 자연만이 살아 숨 쉬는 벌판에 누워 하염없이 쏟아져 내리는 별빛에 취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동네 어린이 도서관은 울창한 숲속까진 아니지만 야트막한 산 아래 자리를 잡고 있어서 아들과 함께 책을 보러 떠나는 도서관 여행이 즐겁고 행복하답니다. 추석 전 빌려 온 책들을 마무리하고 이제 완연한 가을이 되었으니 '관련 주제'로 책을 빌려와야겠습니다. 어딘가에 있을 동물 친구들의 숲속 도서관을 상상하며 (아들과 함께 손 잡고, 숲속 도서관을 찾아 동물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술래잡기도 하고 ㅎㅎㅎ) 오늘 하루를 또 잘 지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