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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
정희정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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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고 책육아를 지향하는 나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 주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를 통해서였다. 덕분에 현재 5살이 된 아들은 책을 거부하지 않고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다. 지금은 살짝 지하철에 빠져서 책보다 지하철... 이 되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내일 도서관에 가서 지하철이 나오는 책들을 빌려와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대한민국은 책육아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서점에는 온갖 책육아와 관련된 책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읽게 된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 역시 그런 책들 가운데 하나이긴 하다.
굳이 선택해서 읽을 필요는 없었지만 뭐랄까 최근 재택 업무를 시작하면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주... 또르르... 아들에게 늦었으니까 오늘은 그냥 자자. 그러면 아들은 책 읽고 잔다고 울고 난리를 치고... 피곤에 찌든 나는 불을 끄고 강제로 아이를 재우기 일쑤였다. 양심에 가책을 느낄 땐 오늘도 늦었으니까 딱 한 권만 읽고 자자.... 그러기를 자주. (원래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꾸준히 읽어주었던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잘 때가 되면 책을 읽어 달라던 아들이 그런 말을 안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엄마인 나는 몸은 편했지만 순간.. 마음은 찜찜하고 불편했다.
아, 이래선 안 되겠다. 그동안 꾸준히 잡아주었던 아들의 잠자리 독서 습관이 애미의 게으름과 피곤하다는 핑계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것 같았다. 우선 엄마인 내 마음가짐을 잡고, 멱살을 잡으려면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이런 상태에서 나는 정희정 작가님의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을 집어 들었다. 이론적으론 다 아는 내용들이었지만, 핑계를 대고 변명하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엔 충분한 책이었다. 책 읽는 양에 좀 집착했던 나였는데... 책의 제목처럼 하루 10분이면 어떠랴. 매일 꾸준히가 중요한 것이지. 이 당연한 진리를 나는 또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이래서 책보다 좋은 것은 없어라~

또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한 장 한 장 읽어나갈 때마다 내가 몰랐던 내용들도 알게 되고, 잊고 있었던 것들도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들이 읽기 독립을 하게 되면 엄마인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은 좀 놔도 되겠지? 그런 안일한 생각을 했었는데. 작가님 왈 아들이 자기가 읽겠다고 원하지 않는 이상~ 초등학생이 되어도 꾸준히 엄마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라는 것이다. (성대 관리해야겠다) 그리고 육아맘 특성상 미니멀 라이프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맥시멈 라이프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최대한 다 읽은 책들은 나눔을 하거나 방출을 하는데. 그게 또 이상하게 책한테 미안한 마음도 없잖아 있었는데.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마음도 싹 없어졌다.
식물이 자라면 잡초가 함께 자라고 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계속 솎아주기를 해야 하는데, 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책으로 한껏 가득 차 있어서 더 이상 들어올 공간이 없다면 더 채워질 공간도 없는 것이다. 나무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잘라주고 솎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듯 책도 솎아내기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 오.. 그런 면에서 나 칭찬해. 요즘 책 솎아내기를 하고 있으니 :) 그렇게 하다 보니 또 새로운 책들이 들어오고 집도 한결 정리가 되긴 했다.
그리고 결혼 전에는 무조건 그림책은 아이들 책이라는 편견이 있어서 쳐다도 안 봤는데. 아이가 생긴 후엔 그림책을 자주 접하게 되고 서평도 쓰게 되면서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 힐링이 되고, 분명 아주 짧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깊은 울림이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아들 덕분에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되어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꾸만 게으름 피고 싶고, 무너질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을 다 잡아 준 <하루 10분 그림책 읽기의 힘> 읽는 내내 명치를 때리는 좋은 문장들이 있어서 핸드폰으로 얼마나 사진을 찍어 댔는지.
지금의 당신과 5년 후 당신의 차이를 만들어주는 것은 그 시간 동안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과 당신이 읽은 책들이다.
- 찰리 트리멘더스 존스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웠던 점은 (책 중간중간에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여러 책들이 있었는데) 책 목록들이 책 속에 산발적으로 등장해서 조금 불편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쯤에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책 목록을 리스트로 좀 만들어서 넣어 주셨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나하나 메모를 하거나, 핸드폰으로 찍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게 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