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기다려 줘! - 큰 고슴도치와 작은 고슴도치 이야기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8
브리타 테큰트럽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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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타 테켄트럽 작가님의 신간 <잠깐만 기다려 줘!>를 만나 보았습니다. 작가님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스타일의 그림체를 좋아해서 한 권씩 야금야금 모으고 있는데요. 이번 신간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네요.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가슴 한곳이 따뜻해지는 느낌입니다. 큰 고슴도치, 작은 고슴도치가 어딘가로 향합니다. 목적지는 분명해 보이는데, 가는 길목마다 작은 고슴도치가 큰 고슴도치에게 "잠깐만 기다려 줘!"라고 말합니다.



호기심 많은 작은 고슴도치는 멈춰 선 곳에 서서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합니다. 붉은 해가 저물 때까지, 푸른 달이 떠오를 때까지. 큰 고슴도치는 더 늦기 전에 가자며 말을 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작은 고슴도치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죠. 가는 곳곳마다 작은 고슴도치의 이런 호기심은 그칠 줄 모릅니다. 들판에 아름답게 핀 꽃향기를 맡기도 하고, 부영이와 개구리에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 반딧불의 불빛을 따라 길을 벗어나기도 하고,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을 하염없이 헤아리기도 합니다. 

성미가 급한 고슴도치였다면 아마도 작은 고슴도치에게 화를 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큰 고슴도치는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을 작은 고슴도치에게 상기만 시킬 뿐. 언제나 작은 고슴도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멈추지 않았다면 보지 못하고, 그저 스쳐 지나갔을 아름다운 풍경들을 작은 고슴도치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 작은 눈망울에 담고, 가슴속에 담았던 것이죠. 큰 고슴도치와 함께. 우리도 매일을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갑니다. 바쁜 현대인이라는 말이 이제는 당연한 수식어처럼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이루고자 하는 목표, 목적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갑니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뭔가 남들보다 뒤처질 것 같고, 불안하고... 하지만 가끔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더라고요. 새털처럼 흰 구름이 드높게 펼쳐져 있고 이제 무더운 여름도 지나가는구나. 그리움이 느껴지는 가을이 오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아침이었습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의 속삭임, 발밑을 걸어가는 개미들의 행렬,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생긴 웅덩이 속 작은 생명체들의 활기찬 움직임까지. 지치고 피곤하고 힘든 육아맘인데 가끔 이렇게 멈춰 서서 주변을 한 번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참 아름답더라고요. 

두 고슴도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매일 바쁘고, 똑같은 일상이지만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춰 서고 나를 둘러싼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꼭 멀리 어디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닌, 내 발길이 닿는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요. 내가 보지 못했을 뿐. 아름다운 풍경은 늘 곁에 있었던 거죠. 아마도 큰 고슴도치는 작은 고슴도치를 통해 그런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을 것 같네요. 그래서 작은 고슴도치에게 재촉하지 않고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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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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