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보자마자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물음에 이리저리 생각을 해보았다.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대답은 No! 일단 같이 놀기에는 좋다. 취미 생활도 비슷하고, 책과 공연, 문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면모도 비슷하겠지. 나이에 맞지 않게 이런저런 엉뚱한 공상도 하고, 수다스럽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밤새도록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뭐랄까?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처럼 그저 떠오르는 태양을 벗 삼아 주야장천 산천 놀이도 즐기고. 좋게 말해 풍류인 또 다른 말로는 한량? ㅋㅋㅋ 

하지만 생각해 보아라. 이런 생활을 하려면 자본주의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이다. 돈 없이 어찌 이런 풍류를 즐길 수 있으랴. 옛 선인들도 있는 양반들이나 유유자적 풍류를 즐겼더랬다. 평민들은 그저 허리가 굽어라 생업에 육신과 영혼을 탈탈 털었더랬지. 지금 우리 신랑이 그렇다. 나의 이런 유유자적한 생활의 밑바탕에는 신랑의 노고가 있는 것이다. (아, 물론 나 역시 육아맘이라는 3D 업종에 무보수로 365일 밤낮으로 일하고는 있지만) 후이 작가님의 에세이도 내 방 책상에 앉아 커피 한잔하면서 읽을 수 있는 것이고. 신랑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다크서클 달고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 늘어진 뱃살을 키보드 위의 받침대 삼아 워리어 노릇하고 있었겠지. 결론은 모든 '돈 버는 인류'는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인류라는 것.



책 제목에 너무 꽂혀서 썰이 참 길어졌다. 어쨌든 평일 낮 유유자적 책을 읽고 서평을 쓸 수 있도록 해준 신랑아 고마워. 돈 더 많이 벌어와야 해! 히힛. 나도 결혼 전에는 월요일이 두려운 직장인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세상 내가 제일 불행한 것 같고, 회사는 그저 지옥 같고. 출퇴근 지하철은 그냥 지옥철이고. 퇴근 후 늦은 저녁 친구랑 소주 한잔하면서 상사 뒷담화로 그날의 피로를 풀곤 했던 평범한 직장인이자 지극히 현실적인 자본주의 노예. 그런데 또 그런 생활이 그런대로 삶의 애환이 가득 담겨 있어서 나름 현자가 되기도 했었더랬지. 소주 한 잔, 신세 한탄, 친구와의 허탈한 농담에 피식 웃곤 했던. 그렇게 다시 훌훌 털어내면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하루하루. 

후이 작가님의 에세이가 그렇다. 제목부터가 너무 현실적이지 않은가? 지칠 대로 지쳐 내 방 침대에 그대로 쓰러져 누웠는데, 그 잠깐의 쉼에 몸은 노곤노곤해지고 이대로 그냥 몇 날 며칠 푹 자고 싶은 기분. 현실 속에서 지치고 지친 내 몸과 영혼에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그 속에서 힐링이 되는 순간을 만난 기분. 작가님 역시 치열하게 삶을 사셨고, 그 속에서 느끼고 만나고 경험한 빛나는 순간들을 이 페이지에 가득 실어내었다는 느낌이, 읽는 내내 들었다고나 할까. 첫 번째 속삭임을 시작으로 네 번째 속삭임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큰 제목 그대로 누군가 내 옆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소곤소곤 속삭이는 느낌이 든다. 

때론, 그래 맞아. 그랬지. 그래, 그럴 수 있어. 소주 한잔하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도 그려지고. 읽으면서 나와 너무 맞닿아서 그랬나?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이건 정말 내가 평생 되새기며 가져야 할 문장 같아서 아래 적어두려 한다. 

'친화력이 좋다'라는 것은 장점이지만 절대적 무기는 아니다.

친화력이라는 무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내가 생각하는 거리와

상대가 생각하는 거리가 일치할 때뿐이다.

와, 정말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내가 항상 빼먹지 않고 적었던 내 장점이 친화력이었는데, 솔직히 나의 이 강점 때문에 사람한테 대차게 뒤통수 맞은 적이 몇 번인가 있었더랬지. 그땐 몰랐는데, 이 문장을 보니 이제 알겠다. 사람과의 적정한 선을 내가, 혹은 그 사람이 넘었기 때문이구나. 예전 웹디자이너로 일을 했을 때 나보다 한참 어린 (거의 20살 정도?) 남자 직원이 있었는데, 그렇게 상사 욕을 잘 하는 친구였었다. 직급은 내가 높았지만 권위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싫어해서 진짜 친누나처럼 그 남자 직원을 대했었다. 같이 밥 먹고 산책도 하고 (물론 단둘이 아닌 몇몇 동료들과 함께) 당연히 상사 욕도 같이 하면서 더욱더 친해졌었는데. 어느 순간 그 화살이 나에게 오더라. 뭔가가 자기 마음에 안 들었었던지, 내가 자기 보다 한참 연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비아냥거리는데... 와.. 나 지금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싶었었지. 그러더니 다른 동료들하고 의기투합해서 거의 나를 투명 인간 취급을 했는데.. 참나...

서평 쓰면서 또 갑자기 열받는 건 처음이네. 어쨌든 내가 상사로서 선을 지키지 못했었던 거다. 권위를 꼭 지키자는 게 아니라, 사람과의 적정한 선을 지켰어야 했는데. 친화력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너무 나갔던 거다. 어쨌든 후이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지난 내 삶과 미묘하게 교차되는 부분들이 많고, 떠올라 새삼 울컥하기도 하고,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다짐하게도 되고. 그랬다. 지금의 신랑을 만나기 전까지 나도 참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을 만났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들 때문에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건 참으로 고마운 점이다. 지나간 삶을 후회하지 말고 그것을 앞으로의 내 삶의 자양분으로 삼아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라는 물음에 조금은 응, 괜찮지 않을까? 정도의 대답을 들을 수 있는 나 자신이 돼보고자 한다 :)

.

.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후이, #나라면나와결혼할까, #에세이추천, #미디어숲, #도서리뷰, #서평, #책블로거, #신간소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