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쉰네 레아 지음, 스티안 홀레 그림, 김상열 옮김 / 북뱅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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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을 만났습니다. 겉표지부터 마음을 빼앗긴 책 바로 <너와 내가>입니다. 바다 위 작은 배 안에 한 소녀와 소녀의 동생 그리고 할아버지가 노를 저어 갑니다. 바닷속은 온통 붉게 불든 신비로운 것들로 일렁이죠.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바닷가 작은 집에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녀는 할아버지, 동생과 함께 작은 배에 올라 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 갑니다. 그리고 할아버지, 동생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말놀이도 하지요.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소녀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섬인데요. 음...섬의 모습이 어딘가 기이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이 동동 떠있는 모습이죠. 처음에는 이 그림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 했는데요.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소녀에게 하는 말을 통해서도요.

"네가 노를 젓는 동안 섬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거야. 친구들 또한 그렇단다."

할아버지가 말한다.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바다는 영원하지 않죠. 어딘가 분명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바로 우리의 삶처럼요. 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가는 소녀와 동생 그리고 할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우리가 하루, 하루 삶을 살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사나운 폭풍이 몰아치기도 하는 바다, 인생처럼요. 바다 위, 동동 떠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언젠가 그들은 우리 곁을 떠납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누군가의 빈자리를 목도하게 됩니다. 혹은 언젠가 나의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 없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운 마음을 품기도 하죠. 그 사람이 떠나간 빈자리엔 그가 남겨 놓은 것들만 내 앞에 덩그러니. 그 위로 떨어지는 소리 없는 눈물방울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저 역시 2013년 암으로 엄마를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유품인 가방 속에서 발견한 엄마의 단아한 증명사진. 생전 보지 못했던 사진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곱게 사진을 찍었던 거야? 엄마? 응? 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네요. 그 사람이 남기고 간 것들이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합니다.




소녀의 할아버지 또한 소녀에게 말합니다. 자신의 방수모, 장화, 밧줄, 취사도구, 바늘 모두를 소녀에게 주겠다고 말이죠. 이 모든 것들이 언젠가 네 것이 될 거라면서요. 하지만 소녀는 싫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할아버지는 소녀에게 노를 저으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배 안에서 조용히 누워 눈을 감습니다. 소녀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곁을 떠날 것만 같아 마음이 두렵고 또 두렵습니다. 삶이란 그런 것인데 말이죠. 만남과 이별의 연속.... 하지만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은 것 또한 이별이고 작별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 그 사람과 함께 웃고, 나누고, 안을 수 없다는 것.

나는 오래 살았단다. 할아버지가 말한다.

그렇지만 조금 더 살 수 있을 거야. 할아버지 말이 내 머리카락 사이로 들려온다.

언젠가는 아침에 소녀 혼자서 배에 고인 물을 퍼내야겠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할아버지와 함께 하길, 이 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소녀는 바랍니다. 선명하고 아름다운, 환상적인 그림과 색채로 이루어진 <너와 내가>. 내용도 아름답네요. 책장을 덮은 순간에도 가슴속에 긴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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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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