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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 찾아온 흙거인
박재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1월
평점 :
+
제목만 보고 판타지풍의 동화책인 줄 알았어요. 읽어보니 판타지의 옷을 입었지만 아이들에게 따뜻한 교훈을 주는 책이었네요. 가족여행에서 돌아온 효주는 쓰레기로 가득 찬 자신의 방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누군가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죠. 효주의 엄마는 쓰레기를 치우라며 효주를 혼내고, 효주는 억울해 하지요.
그날 저녁 효주는 이상한 꿈을 꿉니다. 엄청 큰 거인이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오는 꿈이었죠. 그와 동시에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효주는 꿈에서 깨어납니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어요. 창밖으로 엄청 큰 거인이 후다닥 달아나는 것을 보았으니까요. 하루 종일 그 거인 생각에 효주는 집중을 못 합니다.
누구일까?
왜 내 방에 들어온 걸까?
저녁 무렵 효주는 거인이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한밤중에 창밖으로 거인의 손이 불쑥 나타납니다. 효주는 거인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창밖으로 떨어지고 말죠. 다행히 거인이 효주를 받쳐주어 크게 다치진 않았죠. 그리고 효주는 거인의 사연을 듣게 됩니다. 왜 거인이 자신의 방에 쓰레기들을 버려두고 갔는지, 자신의 정체는 무엇인지...

거인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흙, 흙거인이었어요. 사람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 때문에 흙거인은 고통을 받고 있었지요. 먹다 버린 과자 봉지, 빈 캔, 플라스틱 병, 음료수 유리병, 휴지, 담배꽁초 등등. 효주 역시 쓰레기들을 흙 위에 아무렇게나 버렸던 거예요. 그리고 거인은 효주가 버린 쓰레기들을 효주의 방에 가져다 놓았던 것이죠.
자신이 먹고 버린 쓰레기들은 당연히 가져가거나 정해진 곳,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데요. 이런 기본적인 상식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아요. 저희 집 앞 아파트 화단 곳곳에도 담배꽁초들, 과자 봉지들이 널려 있는데, 정말 그럴 때마다 같은 인간으로서 혐오감이 들더라고요.

거인의 얘기들을 듣고 난 효주는 흙거인 몸속에 있는 더러운 쓰레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치워 줍니다. 목구멍 깊숙이 박혀있던 우산도 빼주고, 자신 외에 다른 친구들이 버린 쓰레기들도 치워 줍니다. 이렇게 수많은 쓰레기들로 온몸이 아팠을 흙거인을 생각하니 효주는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반성하게 됩니다.

효주 덕분에 깨끗해진 흙거인은 효주를 안고 밤 하늘을 뛰어넘어갑니다. 효주와 흙거인은 밤새도록 그렇게 신나게, 즐겁게 함께 놀았지요. 날이 밝아 헤어질 때 효주는 아쉬워하지만, 흙거인은 말합니다.
"난 어디에나 있어. 또 만나자!"
그냥 아이들에게 "쓰레기 버리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것보다 흙거인이라는 캐릭터를 의인화해서 표현한 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공감능력, 상상력, 동정심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흙거인의 상황을 마음 깊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했을 것 같거든요. 한마디 말보다 한 권의 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 오늘 또 이 책을 통해 깨닫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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