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을 벗고 싶다.
엄마가 버린 허물 같은 아이,
버림 받아도 좋다는 표식 같은 이 허물을
벗어버리고
싶다.
-26page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방역 버스에 올랐다.
죽은 사람들은 운이 나빴을
뿐이고, 자신은
그렇게까지 운이 나쁘지 않기만을 바랐다.
-33page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72page
공포는 밖에서 창을 세차게 흔들었지만
사람들은 조용히 뒷문을 열어
소망을
맞아들였다.
-192page
허물은 사람마다 다른 결을 지녔다.
허물이 생긴 시점과 피부색,
영양상태와
처한 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허물은 삶의 결을 지녔다.
-220page
온몸에
뱀처럼 허물이 생기는, 급기야 허물에 질식해 죽을 수도 있는,
피부병에 걸린 사람들이 격리되어 살고 있는 D구역.
도시의
방역센터는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백신을 개발하고, T-프로틴이라는
신단백질을 공급한다.
때론 방역센터 치료실에 격리되어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시전설에 따르면 '롱롱'이라는
거대한 뱀이 나타나 허물을 벗으면 모든 사람들이 허물을 벗고
다시 허물을 입지 않게 된다 했다.
파충류 사육사인 그녀는 방역센터에서 알게 된 후리와 김과 함께 궁에 서식하고 있던 거대한 뱀을 궁 밖으로 데리고 나와 김의 가게에서
사육하게 된다. 뱀이 허물을 벗고, 자신들 역시 허물이 벗어지길 바라며.
어느덧, 김의 가게는 D구역 사람들 뿐만 아니라 허물을
입은 자라면 누구나 찾아 오게 되는 성지가 된다. 전설 속, 신화 속 거대 뱀이'롱롱'이길 바라며 자신들의 소원인 허물을 벗을 날이
속히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뱀에게 집중되자 방역센터와 그곳의 연구자인 공박사는 압력을 가해오고
그 와중에 알게 된, 엄청난 비밀과 음모.
척과 그녀를 위시한 사람들은 이에 대적하기위해 시위대를
규합하는데...
방역센터와 공박사에 맞서 그들은, D구역 사람들은,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소원을 말해줘> 속
등장인물들에겐 구체적인 이름이 없다.
그녀 혹은 누나, 키가 커서 후리, 김씨, 뾰족 수염, 은근짜,척 등으로 불리 울 뿐이다.
이름이 없다는 건 존재론적 의미가
부정되는 것으로 실상 그들을 존재하게 하는 것은
'허물'뿐이다. 도시 시스템 자체도 허물을 입고, 허물을 벗기는 것을 동력 삼아
돌아간다.
때문에 도시전설 속 롱롱의 존재는 단지 신화 속 이야기가 아닌 허물 뿐인
사람들에게 실체적인, 존재론적 의미를 부여하는 하나의 커다란 상징이자 희망이다.
이무기가 허물을 벗고 그 고고한 자태를 태양 아래 빛내며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허물을 입은 자들이 허물을 벗을 때,비로소 진정한 '나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임을
믿는다. 아니
바라본다.
#소원을말해줘
#다산책방
#다산북스
#이경장편소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읽는육아맘
#bookstargram
#매3소열독응원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