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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지
김안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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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책표지에 이끌렸다. 책도 꽤 두꺼운 편이라 뭔가 오랜만에 고전적 느낌의 판타지 소설에 빠져들 수 있겠구나란 생각에 설레기까지 했다. 만월지(滿月地)란, 보름달이 뜨는 매월 15일, 30일에 모습을 드러내는 연못이라해서 만월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책 속의 시대적 배경도 참 독특한데, 일단 22세기라는 시대적 설정에 신분사회가 존재한다. IT 가속화가 매일 진행되는 도시 태상과 피지배층들이 모여사는 천하로 나뉜다 태상은 또 왕남, 왕서, 왕동 세 곳으로 나뉘는데, 왕남은 양반, 왕서는 중인, 왕동은 상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만월지는 바로 이 두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만월지의 역할은 (지금도 비슷한 풍습이 있다) 이 연못 속에 각 신분계층에 맡게 태상지역은 금화를 던지고, 천하지역은 구슬, 조개껍질, 조약돌 등을 던져서 자신이 원하는 소원, 즉 염원을 빌면 이뤄주는 곳이다. 단, 모든 사람들의 염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영향력 있는 염원 3가지를 선택해서 들어주는데 그 선택을 하는 사람 역시 각 지역마다 둘씩 존재한다. 태상지원은 만월왕자, 천하지역은 천월왕자가 관장한다.
천민출신이지만 태상지역의 여느 과학자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과학자 벡터, 그리고 그의 연인 등불시인 매화가 소설 속 주축이 되어 등장한다. 매화는 태상지역의 양반출신이지만 가난한 양반이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금화를 가져 본 적도 없고 때문에 만월지에 염원을 빌어본 적도 없다. 소설은 SF적 요소와 판타지적 요소의 경계선상에 있다 하지만, 솔직히 SF를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평가하기가 애매하다. 판타지적 요소로 치자면 작가의 상상력엔 어느 정도 표를 주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소설을 읽는 내내 조금 당혹스럽고 심지어 괴롭기까지 했다. 여태껏 책을 읽으면서 처음 겪어본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인 경험이었달까?
무엇보다 소설 속에 의성어, 의태어, 감탄사가 너무 많이 나온다. 각 캐릭터들의 멋진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성어, 의태어, 감탄사들의 잦은 등장은 책을 읽는 매 순간 흐름을 끊기게 하고, 캐릭터들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뭔가 굉장히 작위적인 오버액션 연극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나의 경우 책을 읽으면 책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굉장히 깊게 빠지는 편인데, (그래서 좀 힘들 때도 있다. ㅠ) 만월지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엔 쉬이 닿을 수가 없었다. 그냥 헛웃음만 나왔달까. 일례로 벡터와 매화가 연인으로 등장하는데, 모종의 이유로 벡터가 매화에게 화를 내고, 매화를 버리고 떠나는 장면이 있는데 (뭔가 애절하고 슬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네 본연이라 했다!!!!! 본연의!!! 양반의!!! 너의 사랑이!! 믿음이 그거야? 뭐가 부끄러운데!!! 너흰 하늘의 최상을 선택받은 지배층이다! 소녀여! 양반 소녀여!! 그깟 금화!!! 켁!!! 내가 내 능력으로!! 오로지 내 과학으로 다 거머쥐겠어!!! 양반들 니네!!!! 망해 버려!!!!"
"흑흑...벡터!..........군!!" "꺼져!!! 비켜!!!" "꺄아~~!!!" "으헥~~!!!" "앗....하핫!...네"
소설 속 대화체가 대부분 꺄악! 으헉! 으헛! 에엣? 이런식으로 나오니 뭔기 진중하게 집중할 수가 없다. 또한 캐릭터들이 어딘가로 이동할 때 꼭 문장 말미에 '다다다다닥' 이런 식의 걷는 소리까지 곁들이니 아주 죽을 맛이다. ~의라는 말도 너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본연의. 이 본연이란 말을 작가가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본연은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책의 표지도 좋고, 소재 자체도 참 좋았으나 이를 표현하기에 아직까지 작가의 역량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아니면 이런 식의 표현을 선호하는 것일지도?! 정말 참고 읽기가 너무 버거웠고 자괴감마저 느껴졌던 만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