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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책을 처음 접한 계기: 건축학과 다니는 동생이 읽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축에도 이렇게 생태학적 담론이 교양필수가 된 것처럼, 이제 '대안의 모색'은 정말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개발'의 논리와 '탈중심화와 적정기술'이라는 대안들이 그랬죠. 사실 우리에게 현대 자본주의, 고도산업사회의 대안은 그 발전논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발전논리 '밖'에 있습니다. 기술개발로 환경보존 능력, 청정기술을 얻을 수 있다고 하는 개발론자의 논리는 그 집단의 속성을 보건데 대체로 산업자본가세력들입니다. 일반 민중들에게는 그런 것은 이데올로기에 다름 아닌 듯 싶습니다. 민중의 공동체와 지역환경, 그리고 문화는 더욱더 빨라지는 자본의 자기증식과, 거대해지는 세계화 속에서 남아나질 않으니까요. 민중들에게 덧쓰워진 '적응'의 담론을 이제는 벗어버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오래된 미래'는 다소 아련하기는 하나 적절한 문제제기를 한다고 봅니다.
2. 이 책은 전통, 변화,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라는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딱히 인상깊었던 부분보다는 개인적으로 책의 처음과 끝을 주목했습니다. 중간부분은 어디까지나 라다크 안의 idiographic한 서술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주가 되고 결말 부분의 대안이나 현실적 투쟁 방안 등은 모호했던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3. 이 책은 기본적으로 생태학 계보에서 많이 읽힙니다만 혹자는 오래된 신화를 읽는 듯 하다는 개인적인 감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이 책을 하나의 의무로 받아들였습니다. 저자는 마치 문화인류학 연구처럼 라다크의 내부를 속속들이 보여주었지요. 그러나 막상 우리에게 실제로 어떤 능동적인 방안을 주기에는 좀 부족해 보였습니다. 사실, 이런 논의는 산업사회학 분야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칼마리즘, 우데발리즘이 그렇구요,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같은 경우는 라다크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고립되지 않고 그들의 공동체와 문화, 그리고 인성을 지키는 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래된 미래'도 단지 호소적이기 보다는 투쟁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공동체, 문화와 같은 부분을 탁월하게 지적해줬으니까요. (사실 문화와 공동체 부분도 철저하게 자본주의 산업체제 내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포디즘과 생산과 소비가 통합된 대량소비사회, 그리고 주체생산양식 하에 있는 개인들의 자본화된 습속들이 그런 예입니다. 개념적 세련화는 이미 여타의 분과학문들에서 많이 이루어졌으니 생태학 담론이 힘을 얻는 일은 이제 현실적 조직화와 운동에 있습니다)
4. 이 책을 통해서 중점적으로 논의되었으면 하는 점은?: 생태학 담론이 이제는 제법 많이 논의되었으나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점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그 문제가 이 책의 단점이라고도 보이는데요, 이 책은 92년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너무 낭만적인 경향도 보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한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 책의 저자는 서구 선진국의 학자입니다. 그렇다보니 반개발의 논리를 어떻게 쟁점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모호합니다. 사실, 신자유주의나 세계체제 안에서 환경파괴에 고통받는 곳은 대체로 제3세계와 주변부 국가들입니다. 이곳에서 운동의 주체들이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 책에서 말하는 공동체와 문화에 대한 논의도 모호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반동적인 회귀를 주장하거나 불교나 뉴에이지 풍의 이미지와 맞물려, 마치 명상하는 풍의 주장으로 빠져버리는 것 같거든요. 라다크는 신화 속의 도시가 아니라 주변부 국가에서 자본주의 산업체제로 인해 피폐해지고 있는 한 유서깊은 도시인 점을 부각시켜야 한단 말이죠.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바로 생태학 운동이니까요. 결국 라다크는 현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변모하기 위한 대안과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가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