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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가치 ㅣ 대우학술총서 구간 - 과학/기술(번역) 69
래리 라우든 지음 / 민음사 / 1994년 4월
평점 :
품절
'과학의 가치'는 과학철학에서 새롭게 떠오른 래리 라우든(Larry Laudan)의 저작이다. '과학의 목적과 과학 논쟁에서의 그 역할'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아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일지라도, 과학철학의 다수의 인물들의 중요한 저작, 즉 파이어아벤트, 토마스 쿤, 칼 포퍼, 임레 라카토스 등의 저작들보다 훨씬 완성도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분야를 내가 깊이있게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방면의 책을 두루 읽어보면서 그 난해함과 더불어, 과학적 이론의 위상 문제에 고민하였던 나는 뒤늦게 라우든의 이 책을 읽고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선명해지는 일탈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주장 모두를 내가 수용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인식적인 가치, 다시말해 방법론적 규범이나 규칙을 통한 인식적 가치가 과학적 합리성에서 맡고 있는 역할을 강렬하게 논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그가 지금까지의 과학철학의 논쟁을 꼼꼼히 지적하면서 자신의 비판과 견해를 명확히 하는 것은 누구나 수긍할만한 것이었다.
특히, 인식적 가치에 관한 불일치를 그가 공변성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그물형 모델을 제시하는 부분은 더욱 그렇다(본고 3장, 77페이지 이하). 과학철학은 과학 내부의 합리성에 대한 철학적인 논증만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적 이론 자체가 인간의 인식론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으며, 어떻게 그 합리성을 구성하고 있어서 오늘날처럼 위대한 유산을 창출하고 있으냐에 대한 질문이다. 별로 두껍지 않지만, 과학철학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 라우든의 이 책을 꼭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