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유럽의 역사 - 개정판 까치글방 93
프레데리크 들루슈 엮음, 윤승준 옮김 / 까치 / 2000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유럽 각 국의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모여 유럽 공동의 역사 교과서를 객관적으로 편찬한 것이다. 즉, 서양사 특히 유럽의 역사는 국가의 성립과 소멸 그리고 영토경계가 복잡하게 변화하는데, 그것을 각국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는 객관적인 史觀으로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이것은 집필진들의 참으로 오랜 토론과 문화상대주의의 입장에 따라 쓰여졌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유럽인들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대륙의 사람들도 보다 공평하게 유럽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歷史는 각 시대의 역사적 방향을 가름하는 중요한 변수였던 '史的 事件'들이 어떻게 의미 해석되는가의 문제라고 본다. 이것을 현시대에 맞게 해석하여 국가나 인류의 미래를 좀더 영원한 관점에서 투사하는 것이 역사의 임무이자 목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국가의 입장을 뛰어넘는 공동의 작업은 실로 뜻깊고, 객관적인 역사의 서술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이 책에서는 유럽사가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유럽 내부만의 문제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약점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십자군원정, 투르크족의 침공, 미국의 독립전쟁, 제국주의의 발발 등은 그와 관련된 당사자들의 입장을 또 들어야하는 것이 객관적이고 공평하기 때문이다. 즉, 서로의 입장을 조율해서 역사적 사건을 의미 해석하는 것이 역사를 단순한 일회적 사건이 아닌 객관적 사건으로 지양시키는 과정이라 하겠다.

따라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확인과 이해, 그리고 소통과 토론은 한 국가의 역사를 넘어 '인류의 역사'를 정립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1, 2차 세계대전의 문제가 그렇다. 1차 대전은 유럽의 내전이라는 성격을 좀더 강하게 띈다 하더라도, 2차 세계대전은 공히 지구 전체의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차 세계대전의 의미해석과 그 객관적 서술은 이 책과 같은 입장에서 씌여질 수 있도록 토론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역사 가운데 어떤 점들을 왜곡하는 것도 이러한 방법에서 해결가능하다고 본다. 역사서술은 그 국가의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나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유럽의 역사적 사건을 쉽게 풀이했다는 장점, 그리고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 이외에도, 책의 이면에 숨어있는 양보와 화해의 미덕을 읽었기 때문이다. 즉, 역사를 한 국가나 민족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이데올로기적 史觀을 넘어 인류적 공동체의 발전적 지향점으로 나아가는 객관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 각국의 史觀을 한단계 초월하려는 집필진들의 양보와 화해에 기초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태도에 있었다. 다음 세기 쯤에는 지구상의 국가는 거의 하나로 묶이고 언어도 몇 개로 통일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뉴스를 보았다. 이런 시대에 객관적인 인류 공통의 역사를 정립하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 역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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