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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사고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7
레비 스트로스 지음, 안정남 옮김 / 한길사 / 1996년 4월
평점 :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는 현대 인류학의 가장 우수한 저작 가운데 하나이며, 소쉬르의 언어학과 결합되어 구조주의를 발생시킨 저작이다. 그만큼 레비 스트로스의 주요저작이다. 흔히 그의 <슬픈열대>에서 알려졌던 주요한 인류학적 성과는 '미개의 사고' 개념에 대한 해체이다. 그것은 레비-브륄이 미개인은 경제적·본능적 욕구에만 충실하며, 따라서 비과학적·비논리적이다는 주장에 대한 명백한 반론이었다. 그것은 문명인이 스스로를 우월하게 생각하는 폭력적인 관념일 뿐이라는 것이다.
<야생의 사고>는 이러한 문명인의 환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비판서이다. 나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깊이있는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 감탄이 나온다. 흔히 주술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알았던 (혹은 그렇게 배운) 미개인에 대한 생각은 분명 이데올로기적이라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여기서 미개인들의 다양한 표현 밑에 깔려 있는 인간사고의 유형을 드러냄으로서 그들의 사고가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야생의 사고라는 용어는 이러저러한 미개인의 사고가 아니라 어떤 기호를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공리의 체계이다. 그것은 신화적인 형태로 주로 드러난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문명인들은 미개인의 사고가 추상명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물을 객관화시키는 지적 작업이 불가능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레비 스트로스는 문명인과 미개인의 사고는 사물을 범주화하고 그것을 추상화하는 방법과 관심의 영역이 다를 뿐, 그들에게서도 추상화는 분명히 있기 때문에 문명인의 사고체계보다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그들 또한 질서를 통한 사고를 하고 있다. 단지 신화적 사고는 표상에 묶인 채 지각과 개념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표상 밖으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구조주의적인 방법체계에 따르면 명백히 그들의 일반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신화적 구조를 레비 스트로스는 토테미즘을 통해 재미있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명은 이제 인류학에서 거의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 되었다. 그 구체적인 증명에 있어서는 인류학에 대한 다른 입문서를 참조해서 공부를 하여야 하겠지만, 이것은 나에게 상당한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더군다나 그 내용 자체 또한 상당히 정치적이다. 마치 제3세계의 지식인들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줬던 프란츠 파농의 영향력과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제3세계나 미개인들 모두 서구의 문명인들에 대해서는 하나의 '타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야생의 사고>는 다소 전문적이긴 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책이다. 누가 그랬던가? 신학은 철학을 위한 예비작업이고, 철학은 인류학을 위한 예비작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