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비판 요강 3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5
칼 맑스 지음, 김호균 옮김 / 백의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맑스를 좋아해서였다. 특히, 그의 철학적인 체계와 더불어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탁월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알고 싶어서였다. 개인적으로는 '독일 이데올로기'나, '경제학-철학 수고', 그리고 '공산당 선언' 등을 읽었는데, '자본론'을 읽기에는 그 경제학 개념을 잘 몰라서 선뜻 읽지 못했었다. 그런데, 포스트 맑시스트 중의 한 사람인 안토니오 네그리를 알면서 그가 '자본론'의 초고라고 할 수 있는 '정치경제학 비판 요강'에 대해서 주해를 달면서 격찬한 책을 읽었었다. 그리고는 그 책을 통해 거꾸로 '요강'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자본론'을 읽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 1권에서는 자본에 있어서의 생산, 소비, 분배, 교환(유통)을 다루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필요노동과 잉여노동을 통해 잉여가치의 창출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그리고 2권에서는 서서히 헤겔적인 용어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변증법'과 '지양'을 통해 자본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것은 3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의 2, 3권으로 갈수록 맑스가 노트에 초고 형태로 적어놓은 글의 한계가 드러난다. 즉, 정리가 되지 않아 읽기가 무척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다. 무슨 암호 같이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 글을 통해 '자본론'에서 헤겔철학의 영향을 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본론'에서는 그 경제학적 치밀함을 위해 거의 사라져버린 헤겔의 영향이 여기서는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헤겔은 어떻게 '자본론'의 탄생에 있어 매개 역할을 했는가? 이런 것은 훌륭한 연구주제이다. 물론 그 철학사적 고증 작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대해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상당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맑스에 대해서나 헤겔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다가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독자들 가운데 전공자가 있다면 이런 주제를 비롯해 마르크스의 '요강'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철학이 철학사라고 말하던 헤겔에 따르면 이야말로 마르크스의 철학사를 고증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원전과 함께 읽는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어떤 뼈대를 통해 탄생되었는지 아주 흥미롭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치밀한 과학적 논증과 더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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