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 사상 4 -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
강준만 외 지음 / 개마고원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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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물과 사상> 4호에서는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한국논단, 이성재 국회의원, 창작과 비평의 백낙청씨, 푸코 등을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나는 몇 가지를 아주 관심있게 읽었다. 첫째는 김대중 주필에 관한 글이다. 이 글과 더불어 강준만 선생은 류근일 논설주간도 다루면서 조선일보의 사설이 가진 편향성에 대해서 강도높게 비판한다. 쉽게 말하면 그들의 글은 그럴듯한 논리와 합리성을 표면에 띠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에 편향하고 여권(당시 김영삼 정부)에 아부하는 논리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즉, 그의 칼럼에는 분명 다른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에 합리성을 가장 했지만 주의해서 들여다보면 기만적인 논리들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대해 김대중 주필의 글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아직 신문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힘이 부족하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사설과 칼럼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습관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점에 있어서 강준만 선생에게 감사한다. 더군다나 이 글들이 모여 지금의 '안티조선일보' 운동이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 잘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슷한 입장에서 '창작과 비평'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백낙청씨에 대해서도 좋게 읽었다. 백낙청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를 비판한 지식인이 거의 없었는데, 강준만 선생이 지식인의 이중의 논리를 해부한다는 점에 있어서 좋은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식인은 아는 만큼 편협하고 교활한 아집에 싸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점에 있어서 강준만 선생은 토론의 장 바깥에서 그가 받을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토론을 활발하게 유도한다는 점에 있어서 존경스럽다. 이 책에서 유시민씨의 강준만 선생에 대한 비판과 강준만 선생의 재비판도 그런 공론영역을 위한 좋은 자리였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나는 장애인 국회의원인 이성재씨에 대한 글을 특히 주목해서 읽었다. 우리집에도 2급 장애인인 삼촌이 계시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그의 글은 통렬하다. 장애인의 권리가 거의 없었고, 장애인에 대한 의식 조차도 저열한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국회의원이 그렇게 열심히 활동한다는 점에 있어서 많은 위안도 되었다. 예컨데, 어느 글에선가 중고등학생의 대부분은 '자신이 장애인이 된다면 어떻게 살겠느냐?'는 질문에 '그냥 죽어버리겠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하는데, 정말 경악할만한 충격이었다.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자신이 실제로 그렇게 되면 정말 죽을 사람이 몇 명인가? 아니 더 문제는 죽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의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점에 있어서 강준만 선생이 <인물과 사상>에서 이 사회의 복지영역에 대한 문제를 자주 다루고 있는 점은 적실하며 내용 또한 타당하다. 그의 글을 통해 사회의 많은 영역이 개방되고 공론화되고, 또한 정화되었으면 좋겠다. 그의 주장이 모두 옳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토론할 수 있는 영역을 그가 끊임없이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는 적어도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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