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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테스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42
플라톤 지음, 김태경 옮김 / 한길사 / 2000년 1월
평점 :
화이트헤드가 서양철학사는 플라톤의 각주라고 했듯이, 플라톤은 위대하다. 서구의 그 장대한 철학사가 결국 플라톤에게로 귀결되고 내포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읽는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더욱이, 나와 같은 철학 전공자에게 이 책은 대단한 흥미를 안겨준다.
한 예로 그들이 사용했던 용어를 잘 살펴보면, 라틴어와 연계해서 현대의 웬만한 철학 개념이 다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들뢰즈가 철학은 개념으로 이루어지는 학문이라고 했듯이 이러한 개념의 위계질서를 잘 파악한다면 철학사를 통찰하는데 큰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런데, 플라톤이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도 개념의 문제이다. 특히 플라톤의 변증술에 있어서 나눔과 결합의 문제가 주요한 쟁점이다. 익히 알다시피 플라톤의 사상은 로고스에 입각해 현상과 형상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세상은 이데아에 의해 顯現되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톤은 이런 의미에서 세상과 이데아와의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 철학의 임무라고 보았다. 따라서, 종에 따라 상위형상을 더 하위 종들로 나누는 절차가 필요하며, 이것을 통해 나눔이 목표로 하는 유와 종차에 의한 불가분적인 종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위계질서를 가장 풍부하고, 복합적이며 로고스에 입각해 절대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는 방법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한 단어를 규정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한 그 이면에 이데아와 현상과의 관계로서 관여(methexis)와 같은 개념들을 논하고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역자가 책 앞머리에서 길게 해설한 플라톤의 각 저작의 의미를 되새겨두는 것도 전공자에겐 필요한 지식으로, 일반 대중들에겐 교양으로 유효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