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선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인사이다. 특히 나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른데, 그에 의해서 철학을 알게되었고, 푸코에 매료되었으며, 맑스를 위시한 사회구성체 논의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방면으로 박식하며, 그 깊이 또한 꽤 전문적이다. 예를 들어, 앞전에 출판했던 <수학의 몽상>이 그러한 경우다.이번의 책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은 이진경 선생의 전공에 관한 치밀한 연구다. 특히 나에게 이 책은 그가 다소 생소한 공간사회학의 분야를 푸코를 통해 연구하면서 건축학에 대해 얼마나 열심히 파고들었는가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나 역시 사회학을 전공하였지만, 이렇게 사회과학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공간사회학의 의미를 도드라지게 한 연구는 접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또한 이진경 선생 자신에게도 이 연구는 그가 <맑스주의와 근대성> 등에서 강조한 '주체생산양식'에 대해 실증적인 검증을 했다는 점에 있어서 의미가 컸을 것이다.이 책에서 이진경 선생은 공간을 '배치'의 문제로 접근하였는데, 공간적 분포의 분석방법에 있어서 1) 접근가능성 2) 비대칭성 3) 통합성 4) 응집성 등의 개념으로 그 과학적인 분석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욕망 혹은 권력의 개념이 어떻게 주체의 것으로 생산되는가 그 메커니즘을 살피고 있다. 이것은 들뢰즈와 푸코가 만나는 접점이며 마르크시즘의 경제적 사회구성체의 문제틀이 확장되어 포스트-마르크시즘에서 다루어지는 문제틀이다. 나에게 이 문제는 현대사상의 핵심으로 보인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스피노자와 니체를 경유해 들뢰즈와 푸코로 나아가는 힘[potnetia] 개념이 욕망의 문제로 어떻게 전화하는 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주체가 스스로를 규정하려는 힘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주체를 규정하려는 힘이 만나는 접점의 문제를 사유하는 개념이 욕망이기 때문이다.이런 점에서 주거공간을 통해 욕망의 규정 문제를 접근하는 이진경 선생의 이 논문은 아주 흥미롭다. 인문사회과학 분야 전공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물론, 건축학과 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운 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