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볼레슬라브스키가 대화 형태로 쓴 책 『연기 6강』은 배우가 연기를 하기 위해 가져야 할, 훈련해야 할 모든 것을 알려준다. ‘연기 예술의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연기 기술은 하고자 한다면 익힐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다’라는 전제하에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기 위해 자기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을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먼저 묻는데, 사실 뜨끔했다.
제목은 강의라고 되어 있지만 연기를 배우러 온 어린 배우와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배우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잘 짜인 희곡이라 읽는 재미가 있어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읽는 동안 연기하는 나 자신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반성하고, 좌절하고, 다시 힘을 내기도 했다. 연기 기술의 핵심인 ‘집중과 관찰, 경험과 기억, 움직임과 균형, 창조와 투사’를 훈련하는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연기에 관해 이 책보다 더 잘 말할 수 있을까 할 정도다. 물론 연기가 손에 잡히는 게 아니라서 당사자가 되어 직접 훈련받지 않으면 알 듯 모를 듯하지만 연기가 막힐 때 책의 내용을 곱씹는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하면서 부족한 연기를 어찌하나? 연기를 좋아하는 만큼 재능이 많은 것도 아닌데 배우를 하는 게 맞나? 고민이 많았다. 이 책을 통해 내가 한참 안일했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배우가 되려면 어떤 마음과 정신으로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마음을 더 다잡을 수 있었다.
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연기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들에게도 배우로서 늘 옆에 두고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배우가 내 길이 아니구나.’ 하며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이 또한 나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