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가 쓴 이 책은 축복이다. 아마도 연기를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손에 들었겠지만, 여기에는 진리의 밀어가 넘치기 때문이다.

어떻게 ‘연기’를 여섯 개 강의로, 이토록 짧은 내용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따지면, 여느 ‘연기 개론’보다 부족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야기했듯, ‘말’의 힘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여섯 개의 강좌는 그저 여섯 개의 핵심어로 요약할 수 없다. 여섯 번의 단계이고 생각의 과정이다. 그렇기에 연기하기 위한 지식을 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생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은 한없이 확장된다.

아주 친절한 연기 교사로, 저자는 그녀에게 ‘연기란 무엇인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아가 ‘연기가 어떻게 우리 자신을 바꿀지’를 이야기한다.

 

여러분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그의 말뿐이 아니다.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는 연출자다. 책에 등장하는 ‘그녀’는 하나의 캐릭터다.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는 이 책에서 그녀와 여섯 막의 연극을 펼쳤다. 즉, 그녀는 이 2인극의 한쪽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달리 말하면, ‘그녀’의 ‘말’도 우리는 음미해야 한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러분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노인이든 젊은이이든 대번에 ‘그녀’의 자리에 자신을 대입했을 것이다.

이 점에 비추어보면, 연출자 볼레스라브스키는 아주 번뜩이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렇게 여러분을 연극 무대 위에 올려놓고 글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이 ‘그녀’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를.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어느 정도 난관에 봉착해보고, 연기를 잘한다고 여기며, 첫 강좌에서처럼 칭찬도 받았다. 그러나 칭찬은 죄다 주변 사람의 말이었을 뿐이다. 정작 ‘전문가’가 되려고 하자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녀’의 불안감을 여러분도 느꼈는가? 그렇다면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광장에 누워 있는 저자에게 도움을 구하고 질문을 던져보자. 이 책은 여러분 곁에 있다.

 

무대 위에 서면, 관객은 없다. 오직 상대방만이 존재한다. 서로가 주고받는 대사만이 그들을 이어주는 끈이다. 그래서 말을 던지는 것만큼이나 듣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러분은 우선 ‘그녀’라는 캐릭터에 이입해야 한다. 말하자면, 여러분은 볼레스라브스키의 말을 듣고 생각하며 그에 반응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강의가 끝난 후의 ‘그녀’와 결코 같아질 수 없을 테니까.

 

볼레스라브스키는 그저 글을 읽고 고개만 끄덕이라고 여러분에게 이런 말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 자신이 펼친 무대 안에 들어와 직접 주인공이 됨으로써 여러분 스스로가 생각해볼 수 있도록 볼레스라브스키의 요구가 전제된다.

다시 말하지만, 볼레스라브스키는 여러분이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는 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단지 여러분이 ‘연기’하기를 바랄 뿐이다.

부디 마지막 막이 내릴 때까지 연기를 해볼 기회가 있었기를, 연기 속에서 자신을 깨닫는 소중한 기회를 만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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