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피에르 루이스의 저작인데 국내에 피에르 루이스 저작은 이 책 단 하나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애문학 작가에게 프랑스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주었으니 얼마나 훌륭한 성애작가란 말인가. 훌륭한 성애와 관능을 보여주는 작가의 유일한 한국어판 도서. 이 책은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이 소설의 원제는 <여인과 꼭두각시>, 풀어보자면 여인과 그 여인에게 조종당하는 남자, 정도가 된다. 이를 원작으로 루이 브뉘엘이 역사에 남을 영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만들었다.

물론, 루이 브뉘엘 영화 외에도 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이 여러 편 있다. 대표적으로 1937년작 마를렌 디트리히 주연,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의 <악마는 여자다>가 있다.

한 여자에 집착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일종의 페티쉬라 할 수 있는 영화(보기)의 속성, 특히 남성 감독(관객)과 여배우의 관계에서 잘 드러나는 영화 자체의 속성에 부합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이 브뉘엘 영화가 역사에 남는 이유는 이 관습적인 이야기를 장르적 재현/ 영화의 관습에 가두지 않고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갔기에 가능했다. 한 인물(여주인공)을 두 명이 연기하는 것으로 이제 이 이야기는 영화가 지닌 페티쉬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기반영적이면서도 온전히 남자에게 촛점을 맞추는 영화가 된다.

19세기 부르주아 남성의 내면과 욕망의 분명한 대상인 팜므파탈의 이야기는 루이 브뉘엘의 손을 거치면서 불분명하고 어두운 욕망으로 가득한 20세기 부르주아 남성이 진정 위험한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영화가 되었다.


문학평론가 도널드 와트는 피에르 루이스를 이렇게 묘사한다.

"express pagan sensuality with stylistic perfection"

조금 거칠게 옮겨보자면 "완벽한 문체(?)로 이교적 관능을 표현하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피에르 루이스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출판될 정도로 아주 얌전한 소설이라 할 만하다. 당시 30만부 이상을 판매한 그의 시집<빌리티스>, 파리 사람들이 식당이나 카페에 일단 모이면 누구나 시집 <빌리티스>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한다. 심지어 '플로베르 이후 완벽한 프랑스 산문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피에르 루이스는 그 시집이 출간될 때 완벽하게 자신을 숨겼다. 고대 그리스에서 전해내려오는 시들을 모았다고만 했던 것이다. 나중에 이래저래 결국 밝혀지긴 했지만, 이렇게 피에르 루이스는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글을 평생 써나갔지만 대중에게 발표하는 것에 회의적이기도 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사생활이었다. (19세기 벨에포크의 부르주아 시민 사회의 공적 영역/사생활의 완벽한 분리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사후에 출간된 소설 <<세 자매와 어머니 Trois filles et leur mère>>, 그리고 <<어린 소녀들을 위한 가정 교육 지침서>>로 역사상 가장 뛰어난 포르노그래피 작가로 추앙받게 된다. 수전 손택은 조르주 바타유의 <눈 이야기>와 더불어 <<세 자매와 어머니>>를 성애문학의 빛나는 성과로 꼽고 있다.


피에르 루이스의 소설집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표제 소설 외에 3편의 짧은 이야기가 함께 묶여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즐거움>은 매혹적인 이야기다.

어느 날 저녁 시인에게 환영인 듯 실제인 듯 기묘한 복장의 아름다운 여인이 홀연히 나타난다. 아르테미스의 시녀이자, 제우스가 아르테미스로 변해 사랑을 나눌 정도로 아름다운 칼리스토가 시인의 작은 방에 방문한 것. 칼리스토는 무덤에서 나와 문명 세계를 여행하는 중이다. 시인과 칼리스토는 푸른 새벽이 올 때까지 문명과 발전, 각자 자기 시대의 가치로 논쟁을 펼칩니다. 아주 짧고 간명하지만 또 미묘하게 육감적이다.

그 외에 사제가 고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금기와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 <X양의 고해>는 반전의 묘미가 있고요, 발자크가 등장하는 <가짜 에스더>는 소설의 인물이 실제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의 광기가 번득인다. 감각과 스타일의 귀재 피에르 루이스의 현대성을 여실히 증명하는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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