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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따뜻한 성장 소설



[추천 독자]
-퓰리처상 수상작이자 오랜 시간 사랑받은 고전 문학을 접하고 싶은 사람
-인종 차별, 사회적 불의, 인간 본성 등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어린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정의를 위해 용기 있게 맞서는 인물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싶은 사람
-미국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문학 작품을 찾는 사람
젬 오빠의 팔이 심하게 부러진 것은 오빠가 열 세살이 다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상처가 아물고 어쩌면 다시는 미식 축구를 못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지자 오빠는 상처에 대해 좀처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p15
나머지 학교생활도 첫날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한 <단원>마다 <학습 목표>를 정하고 느릿느릿 진도를 나가는 과정의 끝없는 연속이었고, 그동안 앨라배마주는 내게 <집단 역학>을 가르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도화지와 크레용을 쏟아부었습니다. -p70
내가 취잖게 조른 끝에 예상했던 대로 젬 오빠가 마침내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얼마 동안 그 놀이의 속도를 늦췄습니다. -p86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변호사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인 애티커스 핀치가 딸 스카웃에게 들려준 이 말은, 『앵무새 죽이기』를 꿰뚫는 중심 문장이자 우리가 평생 되새겨야 할 삶의 자세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단지 오래된 고전이 아니다. 출간된 지 반세기가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이들의 책장에 살아 숨 쉬며, 미국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포함되어 오늘날까지 청소년들의 인생 책으로 읽히고 있다. 퓰리처상 수상, 40개국어로 번역, 4천만 부 이상 판매라는 기록은 이 책의 명성을 증명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우리에게 건네는 근본적인 질문에 있다.
1930년대 미국 남부 메이콤, 대공황의 그림자 아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일상을 지배하던 시기. 백인 변호사 애티커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간범으로 몰린 톰 로빈슨을 변호하기로 결심한다. "수백 년 동안 졌다고 해서 시작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단다." 질 것이 뻔한 싸움이었지만, 그는 옳은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신념으로 나아간다.
그 이야기는 아이 스카웃의 눈을 통해 펼쳐진다. 세상의 불합리함을 아이답게, 그러나 똑바로 바라보는 이 시선은 때로 순수해서 날카롭고, 때로 너무 맑아서 잔인한 현실을 비춘다. 이 책은 단순한 사회 고발을 넘어, 한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성찰을 전한다.


"용기와 신념의 이야기.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공유할 보편의 가치는 무엇인지 말해 주는 작품."
미국 제44대 대통령 오바마가 이 책을 두고 남긴 이 표현은 『앵무새 죽이기』의 정수를 정확히 짚어낸다.
이 책은 묻는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가. 불합리한 현실 앞에서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지녔는가. 정의는 언제나 이기지 않지만, 옳은 일을 선택하는 삶은 언제나 존엄하다고.
『앵무새 죽이기』는 그 질문들을 가슴 깊숙이 새기게 만든다. 누군가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는 일, 그 작고도 어려운 공감의 시작이 얼마나 먼 길을 비출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하고 단단하게 바라보게 한다. 그러니 이 책은 오래된 고전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는 하나의 나침반이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방향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가리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