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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ㅣ 클레오파트라의 남자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연수 옮김, 안지희 감수 / 히스토리퀸 / 2025년 6월
평점 :
[협찬도서] 클레오파트라를 인간적인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



[추천 독자]
-권력과 사랑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이 옳을지 고민해본 사람
-자신의 욕망과 책임 사이에서 흔들린 적 있는 사람
-클레오파트라를 단지 요부가 아닌, 입체적 인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사랑하거나 고전 속 여성 서사에 관심 있는 사람
-연애와 자아실현 사이에서 길을 잃어본 적 있는 모든 여성 독자
그녀의 혀는 그녀의 마음을 따르지 않을 것이고, 그녀의 심장은 그녀의 혀를 알리지 않을 것이네. 백조는 깃털을 아래로 늘어 뜨린 채, 물결이 가장 세차게 치는 논에 선 채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는다네. -p95
내게 예복을 입혀주게. 왕관도 씌워 주시오. 난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걸원 해. 이제 이집트 포도주도 이 입술을 다시는 적시지 못하겠지. -p209


클레오파트라는 흔히 절세미녀, 요부, 팜므파탈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되곤 한다. 하지만 역사학도로서 바라본 클레오파트라는 결코 단순한 외모나 매혹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녀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최후 파라오이자, 로마 제국의 거대한 정치 지형 속에서 고립된 이집트를 끝까지 지켜낸 정치 행위자였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를 읽으며, 흔히 보아왔던 '사랑에 빠진 여인'이 아닌, 사랑과 정치의 양극단 사이에서 균형을 꾀했던 여성 통치자의 내면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클레오파트라를 단지 감정에 휩쓸리는 인물이 아닌, 자존과 전략, 정치적 주체성까지 지닌 인물로 그리고 있다. 그녀는 안토니우스를 사랑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왕조적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원전 1세기, 로마 내전이라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 클레오파트라는 단순히 연인의 곁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의 권위와 통치력을 끝까지 사수하려 한다.
반면, 마르쿠스 안토니우스는 로마라는 공화정의 중심 질서와 클레오파트라라는 강렬한 감정 사이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인물로 묘사된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몰락을 '사랑에 빠진 남자'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그는 권력, 명예, 충성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끝내 정치적 균형감을 잃어버린 채 비극을 맞는다. 그 모습은 개인의 감정이 얼마나 거대한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단순한 연애극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여성에게는 권력이고, 남성에게는 혼란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는 클레오파트라의 손에 그 열쇠를 쥐여주며, 그녀가 단순한 사랑의 객체가 아니라 제국의 흐름을 좌우했던 주체였음을 보여준다.
이 희곡은 문학과 역사, 감정과 전략의 이중 구조로 읽혀야 마땅하다. 클레오파트라는 결국 독을 마시며 로마의 승리 앞에 스스로의 종말을 결정하지만, 그 마지막 선택은 비굴이 아니라 자존이다. 그녀는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무기력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는 역사와 문학, 사랑과 권력, 여성성과 주체성 사이의 균열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싶은 이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문장이 아름다운 건 물론이거니와 클레오파트라라는 인물이 지닌 복합성과 깊이를 새삼 느끼게 만든다. 팜므파탈이 아닌 파라오로서의 그녀를 만나는 경험. 그것만으로도 이 고전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woojoos_story 모집, 히스토리퀸 출판사 도서지원으로 우주클럽_역사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